게임에 빠져 27개월도 안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구미 게임중독 아빠' 정모(22)씨가 게임을 하러 가려는데 아들이 안 자고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입과 코를 막아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숨진 김모군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에서 음식물을 섭취한 지 5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소견에 따라 정씨를 추궁한 결과 이 같은 자백을 받아 내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정씨가 아들을 음식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방치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게임을 하느라 PC방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3월 7일 귀가했다가 다시 게임을 하려고 나가려는 순간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명치 부분을 세 번쯤 치고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켰다. 이후 시신을 이불에 말아 베란다에 방치했다가 4월 11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주택가에 버렸다.
정씨는 동갑내기 아내 김모씨가 제조업체에 취업, 공장 기숙사에 들어간 2월 24일부터 게임을 하러 나가 3일만에 들어와 이틀 정도 집에 지냈고 3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PC방 등에서 매일 10~12시간씩 게임에 몰두했다.
정씨는 고교 중퇴 후 2010년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내를 만나 살림을 차렸으며, 이듬해 12월 아들을 낳았다. 2012년엔 혼인신고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직업 없이 피시방 아르바이트 등으로 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아파트 전세자금 4,500만원도 부모가 대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아파트 우편함에는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내 온 독촉장만 4장이나 되는 등 신용불량자 신세였으며, 관리비와 전기, 가스비 등도 장기간 체납돼 단전ㆍ단수 상태였다. 복도 쪽으로 난 창유리도 깨진 채 방치돼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집안의 가전제품까지 중고장터에 팔아 게임비에 충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7일만에 들어 왔을 때 아들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 아사 가능성도 의심했지만, 부검 결과 질식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내는 남편과 연락이 안 되자 구미경찰서에 가출신고까지 냈다. 정씨는 아들이 어디 있냐는 아내의 추궁에 "동대구역에서 잃어 버렸다. 납치당했다"고 둘러대다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