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경마장의 서울 용산구 청파로 확장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 대책위원회가 둘로 갈렸다. "정의당이 주도하는 대책위와 함께 할 수 없다"며 대책위를 탈퇴한 일부 주민들에 대해 대책위는 "근거 없는 색깔론으로 내분을 조장한다"며 맞서고 있다.
14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에 따르면 탈퇴 주민 20여명은 이날부터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1인 시위를 따로 시작했다. 앞서 10일 이들 주민은 한국마사회가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정당과 관계자들이 대책위 활동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탈퇴 주민 김재홍씨는 "마사회가 청와대에 '종북세력이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는 이야기를 새누리당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며 "대책위 탈퇴는 화상경마장 승인 취소권을 갖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나아가)집권 여당, 청와대와 각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책위가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 등 반대운동에 악영향을 준 것도 탈퇴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내분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김율옥 성심여중고 교장 등 대책위 공동대표들은 "탈퇴 주민들은 마사회의 청와대 보고 외에도 대책위에서 정의당과 관련 시민단체를 빼버려야 새누리당이 들어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소문의 구체적인 출처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대책위 일각에서는 탈퇴 주민들이 색깔론을 제기하기 위해 대책위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탈퇴 주민 상당수는 지난해 '용산 국제업무단지 통합개발반대 생존권 사수연합'에서 활동했던 서부이촌동 주민들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재개발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들은 올해 1월 천막농성이 시작된 뒤 대책위에 합류했는데, 자녀 양육 환경을 걱정하는 학부모 위주의 기존 대책위 주민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6ㆍ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갈등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함께 대책위 활동을 해오던 오천진 용산구의원과 이원영 용산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가 각각 새누리당과 정의당 구의원 후보로 용산구 나 선거구(원효로1ㆍ2동, 용문동)에서 출마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백주선 변호사는 "처음부터 대책위는 정당과 참여연대, 전국도박규제네트워크 등과 활동을 같이 해왔다"며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갑자기 순수성을 이야기하면서 힘을 빼는 것은 오히려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위"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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