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공석은 기본이다. 6개월 이상 장기 공석도 드물지 않다. 전임이 물러나기 전에 후임이 선임되는 경우가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런 '장기 공석'이 박근혜 정부 금융공기업 인사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돼 버렸다. "아예 없어도 되는 자리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14일 현재 수개월 째 비어있는 금융권 고위직은 5곳에 달한다. 코스콤 사장, 주택금융공사 사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손해보험협회장, 그리고 금융감독원 감사 등이다. 코스콤은 전임 우주하 사장이 작년 11월 사임한 뒤 5개월째 공석이다. 우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게 작년 5월이었던 걸 감안하면 실제 경영 공백은 1년 가까이 된다. 주택금융공사도 전임 서종대 사장이 1월 사임하면서 4개월째 공석이며, FIU 원장도 진웅섭 전 원장이 2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이동한 뒤 빈 자리다. 손보협회장과 금감원 감사 자리는 금명간 후임 임명이 될 거라지만, 지금까지 공석 기간이 무려 8개월에 달한다.
앞서 선임된 금융계 요직도 마찬가지였다. 수장 공백 기간이 각각 2개월과 1개월이던 예탁결제원과 수출입은행이 그나마 짧은 축에 속한다. 한국거래소, 정책금융공사 등은 모두 4개월간 CEO 없이 대행 체제로 버텨야 했다. 이날 4년 임기를 마친 임승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역시 후임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지홍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임명 시기는 오리무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공석 사태의 원인은 임명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청와대 눈치보기'와 '청와대의 제사람 심기 위한 타이밍 잡기'로 보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에 금융당국은 모피아(경제부처 관료) 출신을 추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인사청탁이 난무해 청와대가 자리 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자리는 여당이 미는 누구의 것, 저 자리는 관료 출신 몫, 다른 자리는 챙겨줘야 할 정치인 출신 자리 등의 얘기가 나돌고 결과도 대부분 맞았다"며 "결국 기관장 장기 공석으로 인한 부작용은 안중에도 없이 어떻게 하면 나눠먹기에 따른 여론 비판을 비껴갈 수 있느냐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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