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배출량 대비 30~50% 낮춰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를 줄이겠다는 계획만 세워뒀을 뿐 아니라 규제 완화에 밀려 이조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1월 환경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7억7,610만톤의 30%인 2억 3,283만톤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배기가스 등 수송분야의 감축 목표가 34.3%로 가장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18.5%로 낮다.
하지만 이조차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발전소와 공장 굴뚝에 탄소포집저장(CCS) 기기를 설치해 발전∙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200만톤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저장협회 최승필 사무국장은 "현재 1톤당 50달러 수준인 탄소포집 비용을 절반으로 낮춰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CCS 상용화는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 수소연료 전지차 500대를 보급해 수송분야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지금 전기차 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이지 않다.
더구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규제는 잇따라 가로막히고 있다. 중대형 차에 부담금을 물리고, 경차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저탄소협력금제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자동차업계의 반대가 심해 지난 3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산업계의 의견을 감안해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중립구간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논란 끝에 크게 완화된 내용으로 내년 시행을 앞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에 대해서도 산업계는 "최대 14조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또 다시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환경규제가 완화되면 2020년까지 배출량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는 목표 달성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환경규제는 '암덩어리'가 아니라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촉매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80%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이제야 장기 대책을 준비 중이다.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 관계자는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장기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로 한 게 국제사회의 합의인 만큼 늦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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