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아이와 어른 사이의 문제 상황과 의 거대 언론과 신생 온라인 매체 사용자 사이의 문제 상황을 각각 설명하고, 그에 대해 와 에 나타난 대응 방식의 차이를 기술하시오.(600자ㆍ40점)
[제시문 가]
내가 소혹성 B612호에 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 번호까지 일러 주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묻지도 않는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라고 묻는 법이 절대 없다. "그 애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고? 몸무게는? 아버지는 돈을 많이 버시니?"라고 물을 뿐이다. 그제야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야, 근사하겠구나!" 하고 소리친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멋있었고, 잘 웃었고,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 했다는 것이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증거야!"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여러분을 어린아이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떠나온 별은 소혹성 B612호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곧 알아듣고, 더 이상 질문을 해대며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다 그렇다.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생을 이해하고는 우리는 숫자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 같은 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옛날에 자기보다 좀 클까 말까 한 별에서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를 가지고 싶었답니다." 인생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훨씬 더 진실한 느낌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건성으로 읽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추억을 이야기하려니 온갖 슬픈 생각이 떠오른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나가 버린 지도 벌써 여섯 해가 지났다. 내가 여기서 그를 묘사해 보려 애쓰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누구나 다 친구를 가져 보는 것은 아니다.
[제시문 나]
거대 기관에 대한 위협이 언론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난 영역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3대 주요 방송과 몇몇 거대 신문이 언론을 지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급부상한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신생 온라인 매체로 이동한 것이다.
거대 언론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힘없는 비주류 언론에게 충분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언론의 전통적인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스스로 시장 점유율을 하락시키고 말았다. 지난 20년간 언론 조직들은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고 언론을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만드는 데 몰두하면서 점점 더 권력에 부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지난 걸프전 당시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고, 사담 후세인이 9ㆍ11 테러를 지원했다는 주장 역시 그대로 받아들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월터 핀커스 기자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낱낱이 파헤치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 기사는 1면이 아닌 17면에 실렸다.
거대 언론들이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하는 동안 뉴스거리는 대중들에게 직접 전달되었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에 몸담고 있는 수전 웨버도 그러한 블로거들 중 한 명이었다. 금융 및 컨설팅 분야에서 이미 눈부신 경력을 쌓은 그녀는 이브 스미스라는 필명으로 '벌거벗은 자본주의'라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거대 언론이 금융 위기 조짐에 대해 보도하기 전인 2007년 초반에 그녀는 '종말의 시작인가?'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며 예기치 않게 일종의 언론 보도 역할을 수행했다.
급부상한 신생 온라인 매체 사용자들은 이런 상황을 맞아 거대 언론의 종말을 축하하고 거대 언론의 불행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사용자 생성 미디어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겠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언론 기관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파헤치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권력에 책임을 묻기 위해 언론은 존재한다. 인터넷 시대에 과연 누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뉴스를 직접 전달하는 블로거들은 대중의 지식을 늘리고 권력에 대한 기존의 감시를 강화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활동이 끈질긴 노력과 뮌?비용이 소요되는 탐사 보도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최근에는 저널리즘이 신문에서 비롯된 뿌리 깊은 계층 체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이 활동하는 더욱 광범위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이 빚어낸 현실을 수용하고 쇠퇴한 거대 언론 시대의 훌륭한 가치를 계승하여 언론 체계를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언론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사례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기존 거대 언론의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최근에 들어 가디언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여론 주도층에게 블로그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채팅방과 토론게시판 등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변신을 시도했다. 가디언의 변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일반인들의 노동력과 콘텐츠를 활용한 탐사 보도이다. 2009년 200만 페이지가 넘는 의회 의원 경비 지출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방대한 보고서를 분석하기 위해 고민하던 가디언은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려 독자들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그 결과 사이트 방문객 중 56%가 참여해 80시간만에 전체 분량의 20%가 검토되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전통적인 거대 언론이 수행하던 공정한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협업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로 언론이 어렵게 얻은 몇몇 기능들을 유지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참여자들은 위키피디아에는 엄격한 규칙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모든 항목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가치가 적용된다. 바로 중립과 검증 가능성이다. 위키피디아는 특정한 견해에 대한 지지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피하고, 균형과 공정성을 유지하며 주요 관점들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공언한다. 또 작성된 내용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공개된 출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필자들에게 참고문헌을 명시할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검증 가능한 정확성을 확보한다.
차이점 인정하는(가), 변혁에 중심 둔(나)
■ 예시답안
(가)와 (나)에서는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유지와 변혁의 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에서는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의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는 대상을 평가할 때 가치를 두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어른들이 숫자로서 대상을 표현하는 반면, 아이들은 대상을 설명할 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내면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더 진실된 방법이라고 본다. 이렇게 관점이 상이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너그럽게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나)에서는 거대 언론과 신생 온라인 매체 사용자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존의 체제에서는 방송과 신문 같은 거대 매체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주류 언론의 무시와 객관적이고 공정적인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아 진실이 무시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대중의 지식을 늘리고 기존의 감시를 강화하는 블로그과 같은 신생 온라인 매체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생성 미디어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새로운 언론을 마련하고 체제를 개편하며 문제에 대응하게 된다. 새로운 언론에는 가디언과 위키피디아가 제시되고 있다. 가디언은 신생 온라인 매체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일반인들의 노동력과 콘텐츠를 활용한 탐사 보도를 시행했으며, 위키피디아는 중립과 검증가능성에 기반한 균형과 공정성을 유지하며 기존 언론의 약점을 보완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남혜주ㆍ강원 춘천여고 졸업
문제상황·극복방안 섞여 있어… 명료하게 별도 단락으로 기술했으면
■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2014학년도 한양대학교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다른 대학교의 논술고사보다 변화가 컸다. 2013학년도 한양대학교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는 1문항을 1,400자로 작성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2014학년도 한양대학교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는 2문항을 각각 600자, 800자로 나누어 작성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작성해야 하는 전체 글자수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2014학년도 한양대학교 인문계열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살펴보자. 2014학년도 한양대학교 인문계열 논술고사 문제에서는 각 제시문 (가)와 (나)에서 나타나는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차이점을 기술하거나 분석해서 작성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요구사항이다. 먼저 (가)의 제시문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문학작품인 에서 원용하였다. (가)에서는 아이로 표현되는 어린 왕자를 통해 현실과 사물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시선, 그리고 사물과 대상을 수치로 객관화하고 이해하는 어른들의 시선의 차이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시각의 차이는 대상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다르게 만들어 서로 간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
제시문 (나)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거대 언론사에서 비주류 온라인 매체로 권력이 이양되는 권력 분립 현상과 그에 따라 기존 거대 언론의 역할이 쇠퇴하는 상황에 대해서 보여준다. 이와 같은 거대 언론과 신생 온라인 매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은 인터넷 시대에서 기존의 거대 언론이 쇠퇴하였으나 신생 온라인 매체의 사용 증가가 결코 기존 언론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 상황의 원인은 기존 언론이 비주류 언론에게 참여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고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전통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스스로 권력을 소유하려 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온라인 매체의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그에 대한 기대 또한 커져 가고 있으나 거대 언론이 해왔던 끈질긴 노력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탐사 보도를 대신하지는 못하는 한계를 들 수 있다.
두 번째 요구사항을 살펴보자. 이제 문제 상황을 설명하였으면 그 문제 상황에 대해서 (가)와 (나)에 나타난 대응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두 번째 요구사항이다. 두 번째 요구사항에서는 주어진 단서에 따라 극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려는 출제의도를 엿볼 수 있다. 즉 (가)와 (나) 각 제시문에서 나타나는 문제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적절한 극복방안의 차이점을 추론하여 제시해야 한다. (가)에서는 어린 아이와 어른이 서로 공감을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둘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주체의 대응방식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가)에 따르면 아이는 어른의 숫자 위주 판단을 인식하지만 그것에 공감하지는 못하며 어른도 아이의 설명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제시문 (나)에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틀리다고 인식하기보다는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가디언과 위키피디아라는 서로 다른 주체의 대응방식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나)에 따르면 가디언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체제를 도입하여 신생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는 계층을 참여시키고 위키피디아는 중립과 검증가능성이라는 기존 거대 언론의 가치 기준을 도입하여 준수한다.
이제는 수험생의 답안을 살펴보자. 아쉬운 점이 2가지 발견된다. 우선 답안 구성상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제시문 (가)와 (나)에서 문제 상황을 설명하라는 요구사항에 맞춰 문제 상황을 기술한 후 제시문 (가)와 (나)에서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작성해야 한다. 답안에서 각 제시문에 나타나는 문제 상황을 한 단락으로 구성하고 그런 후에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를 별도로 한 단락으로 구성하는 것이 채점자를 배려한다는 점에서 더욱 적절하다. 논술고사는 채점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답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보다 쉽게 답안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학생의 답안에서는 문제 상황과 극복방안이 섞여 있어 답안의 내용이 쉽게 파악되지 않아 아쉽다.
두 번째는 (나)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응방식에서 문제 상황에 대해 결과적인 측면에서 보완한다는 내용을 적절하게 잘 작성한 반면 (가)에서 찾아 낸 대응방식에서는 아이들이 어른의 세상을 대하는 사고방식을 너그럽게 수용한다는 측면만을 작성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수용의 대응방식은 결과적인 측면에서 문제 상황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면 더욱 좋은 답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박근형ㆍ종로학원 논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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