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외국어고에서 학생 두 명이 불과 십여일 사이에 학교폭력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명을 달리한 어린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순간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중죄인이 된 가해 학생들의 불행 앞에서 억장이 무너진다. 이번 일은 '왕따'나 집단 괴롭힘 같은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악행 때문이라기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자칫 간과되기 쉬운 우발적 폭력도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엄연한 학교폭력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그 동안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을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몰아 가는 지속적 괴롭힘의 예방에 우선순위를 둬왔다. 그에 따라 '왕따'나 집단 괴롭힘, 불량학생들에 의한 갈취 등은 각급 학교가 학기초부터 바짝 긴장해 살피는 분위기가 됐다. 문제는 그런 식의 유형화된 폭력에 대한 도식적 대책이 오히려 '그것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을 키우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1학년 동급생끼리 말다툼을 못 참고 주먹다짐으로 이어져 죽음을 부른 첫 번째 사건은 부모든 교사든, 폭력 자체의 위험과 해악에 대해 평소에 보다 깊이 있게 지도했다면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런 면에서 그제 일어난 두 번째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은 훨씬 크다. 사고는 학생 기숙사 자치위원인 2학년생이 동급생끼리 다툼을 벌인 1학년생을 훈계한답시고 엎드리게 한 뒤 가슴을 발로 차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24시간 기숙형 학교인데다, 학생 자치위원까지 둔 상태라 자칫 선배에 의한 폭력이 벌어지기 십상인 환경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사감교사 등의 개입 없이 선후배 학생 간의 '훈육'을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극적 폭력을 묵인한 셈이 됐다.
학생들의 미숙한 생활 전반을 교사들이 무한정 책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기숙사 내 훈육을 빌미로 한 선후배 간의 폭력이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 횡행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학교와 교사들은 유형화된 폭력뿐 아니라, 전반적 예방조치와 함께 폭력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꾼다는 적극적 자세로 학생 지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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