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일대박론'이 유행이지만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께서는 일찍이 한반도의 미래를 '어변성룡(魚變成龍ㆍ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의 나라'로 전망했습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면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리라 봅니다."
경산 장응철(74) 종법사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제99회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 종법원에서 열렸다. 대각개교절은 1916년 4월 28일 원불교 종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홀로 우주와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날을 기념하는 원불교 최대 축일이다.
경산 종법사는 2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촌사람' '촌부' '무식한 사람' '뭘 모르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현안에 대한 자기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종법사는 "옛날에는 남북 통일도 멸공통일, 반공통일, 승공통일을 말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통일이 어렵다"며 "이제는 남북한이 화합하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는 남북문제를 형제문제로 여기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잘 사는 형인 우리가 가난한 동생인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남북관계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대중가요 가사처럼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10여 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아이들의 키가 너무 작은 것을 너무 마음이 아파 원불교가 평양에 국수공장을 세워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무인기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종법사는 "부부싸움에서도 한쪽이 말하지 않으면 싸움이 계속되지 않듯 틀어진 남북한이 냉각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산 종법사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마음의 병에 걸려 괴로워하는 현대인이 많다"며 "욕심을 한 뼘이라도 내려 놓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일을 하든 마음이 편안하면 그게 바로 극락"이라고 덧붙였다. 종법사는 "예수님이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씀하셨듯 내가 쌓은 업을 내가 받는 것이 이치"라며 "그런 이치가 우연히 이뤄지지 않기에 내생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현생에서 바른 생활과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산 종법사는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 차림의 원불교 여성 교무 복장에 불만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복장을 바꾸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불교는 대각개교절 100년을 한 해 앞둔 올해 '모두가 은혜입니다'라는 대주제와 '나라에 은혜를'이라는 소주제를 바탕으로 통일, 환경, 화합 등에 초점을 두고 행사를 진행한다. 대각개교절 당일인 28일에는 전북 익산시 중앙총부 등 국내외 700여 교당과 기관에서 일제히 기념식을 열어 원불교 개교 99주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익산=글ㆍ사진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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