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이 중대 범죄라고 생각해 수사팀 전체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려운 수사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 직원들의 문서 위조 과정을 규명했다는 점을 자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윗선' 개입 의혹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한데다 핵심 문서의 위조 여부 판단을 보류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급 처장에서 막힌 윗선 수사
검찰은 이날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5) 처장과 이모(49)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입원 중인 권모(51ㆍ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 과장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정보기관이 수사 대상이었고 권 과장과 외부협력자 김모(62)씨가 자살을 기도하는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미 구속 기소한 김모(48) 과장과 협력자 김씨를 제외하면 국정원 2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을 뿐이다.
이 처장의 윗선인 대공수사국 부국장(단장)과 국장은 참고인 조사와 서면조사로 마무리했고, 서천호 2차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부국장과 국장도 일부 전문에 대해서는 전자 결재한 흔적이 있지만 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부하 직원들도 상세한 내용은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국장과 국장이 혐의가 없기 때문에 윗선인 남 원장은 조사 필요성도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중요 사건으로 분류돼 국정원 안팎에서 관심이 컸던 만큼 불법 증거수집 과정을 윗선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공안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윗선이 진짜 몰랐다면 국정원 조직체계가 엉망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국정원 직원 중 가장 윗선인 이 처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부하인 김 과장만 구속한 점도 논란거리다. 이 처장은 문서 위조와 관련한 네 가지 범죄사실 중 세 가지를 공모해 혐의가 가장 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처장이 총책임자인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 조작 방법을 고안하고 범행을 주도한 것은 과장 이하"라고 설명했다.
출입경기록 위조 판단 보류
검찰은 국정원이 구해 와 지난해 11월 1일 법정에 제출한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유우성(34)씨 북한-중국 출입경기록에 대해 위조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인 이 문서는 여러 정황상 위조된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검찰은 판단을 보류했다. 중국 당국의 사법공조 회신을 받고 위조에 관여한 또 다른 국정원 협력자를 조사해야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2월 14일 출입경기록을 포함해 법정에 제출된 검찰 측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이미 통보했다. 출입경기록도 유씨의 실제 여권기록과 달라 위조 판단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본이 있거나 위조한 사람의 진술이 확보돼야 처분이 가능하다"며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위조됐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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