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고위층과 수사 검사의 개입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마무리했다. 야당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문서위조를 공모한 혐의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55)과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이모(49) 영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7일 정식 수사로 전환한 지 38일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처장은 자살을 기도한 권모(51ㆍ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 과장과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된 김모(48) 과장과 공모해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조회서를 위조하고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위조문서를 제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분하는 등 보고라인에 있던 2급 이상 국정원 간부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처장 윗선인 대공수사국 단장과 국장은 각각 소환조사와 서면조사로 마무리했고, 서천호 2차장과 남 원장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윗선 개입에 관한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처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유씨 사건 담당검사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검사들은 문서위조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검사들도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의 진위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점을 받아들여 형사처벌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팀은 그러나 "공소유지 과정에서 서류가 제출되는 과정 등 여러 문제점을 좀 더 확인해서 조치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검사들에게 과실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담당 검사들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검찰은 이 처장 등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윤 검사장은 "유씨가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증거를 날조한 것이라고는 인정하기 어려워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간첩사건 공판 과정에서 위조 증거 제출과 관련해 사법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께 심려를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대검 공안부에 공안수사의 개선 방안 마련을 주문했으며 외부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유씨 변호인단은 "국정원장과 수사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거나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면서 "실무진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안이지만 지휘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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