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010년 시장 선점하려 중소기업에게 태블릿PC 20만대 생산 맡겼다가 초기 물량 판매 부실하자 검수 조건 바꾸면서 차일피일 발주 미루다 결국 발주 취소. 중소기업은 상장폐지, 사실상 도산 상태.
공정거래위원회가 KT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이제까지 부당한 발주 취소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금액 중 가장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2010년 9월 중소기업 '엔퍼스트'에게 태블릿PC 제작을 맡겼다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발주를 취소했다. 이 충격으로 엔퍼스트는 경영난을 겪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KT는 2010년 9월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대, 510억원어치 제작을 위탁했다. 엔스퍼트는 똑같은 태블릿PC 3만대를 KT에 납품한 뒤여서 17만대 납품도 순조로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태블릿PC 시장 성장이 예상 밖으로 부진하자 KT는 딴 마음을 먹었다. KT는 기존 제품 결함과 새 제품의 검수 통과 실패를 이유로 17만대 발주를 미뤘고 결국 2011년 3월 발주를 취소했다. 대신 보상으로 인터넷 전화 등 다른 제품 4만대, 140억원어치를 발주하면서 계약서에 '17만대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공정위는 KT가 부당하게 발주를 취소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엔스퍼트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어야 발주를 취소할 수 있는데 KT가 제시한 취소 이유가 엔스퍼트 탓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결함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오류로 나타난 문제였다. 공정위는 또 KT가 계약을 취소하면서도 '17만대 납기를 3개월 연장한다'는 합의서를 써서 엔스퍼트를 속였다고 지적했다.
KT는 억울하다는 입장. KT 관계자는 "해당 태블릿PC는 전원 꺼짐 등의 오류로 소비자들이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신청까지 했다"면서 "정당한 발주 취소이지만 상대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해 보상으로 다른 제품 4만대를 발주했다"고 밝혔다. KT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석 엔스퍼트 사장은 "집단분쟁조정신청 내용은 태블릿PC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제품과 결합된 KT 서비스에 대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사장은 "KT의 주장은 이미 공정위 심의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틀렸다고 결론이 난 것"이라면서 "그간 엔스퍼트에 채권 추심을 안 하고 기다려 준 협력업체들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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