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100억원대의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원산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인데 KAI측은 반발하고 있다. 또 관세청은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에 대한 원산지 조사를 벌이고 있어, 복잡한 FTA 원산지 규정을 놓고 세무당국과 수입업체 간의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4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올해 초 KAI가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수입한 'T-50 고등훈련기 항공전자 소프트웨어개발 및 지상시험장비'가 한미FTA 원산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통보하고 105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T-50 고등훈련기는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약 2조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다. KAI는 1,000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한미FTA 발효 이후인 2012년 7월 수입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해 7월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벌인 뒤 기준에 미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KAI 측에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관세청이 한 달 내 소명을 요구했으나 부품이 7,000여 개에 달해 각 부품 원산지가 미국이라는 입증 자료를 갖출 시간이 부족했다"며 "록히드마틴이 아니면 제작할 수 없는 장비인데도 관세청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KAI는 일단 관세청이 추징한 세금 105억원을 냈으나, 이달 안에 환급을 청구하는 불복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관세청 또 국내 오렌지주스에 들어가는 미국산 농축액도 원산지 규정을 위반한 단서를 포착, 지난해 6월부터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정부가 반발하고 나서 한미 FTA 원산지 규정을 둘러싼 갈등이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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