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비리 및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길병원 경리팀장이 조성한 비자금 10억원이 이길여 이사장 비서실에 전달된 사실을 포착하고도 이 이사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종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검은 5일 길병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모(56) 경리팀장이 2003~2012년 병원 청소ㆍ주차 관리 자회사를 차려 조성한 비자금 16억원 가운데 10억원을 이사장 비서실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팀장은 비자금 중 6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이사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한 뒤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이사장은 개인재산 관리까지 비서실에 위임해 횡령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리팀장과 비서실 직원도 이 이사장은 비자금 전달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고 계좌 추적에서도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우건설 비자금 수사와 관련, 홍준호(55) 부평구청 부구청장 등 인천시 전ㆍ현직 고위공무원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2011년 대우건설의 이모(53ㆍ구속기소) 전 건축사업본부장으로부터 각각 1,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앞서 조명조(57) 전 인천시의회 사무처장도 4,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본부장에 대해 우선 하청업체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만 기소하고 뇌물 공여 혐의는 추가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2009년부터 3년간 인천에서 4조원 상당의 공사 22건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길병원 모(母)재단인 가천길재단의 송도 바이오리서치단지(BRC) 공사 수주 대가로 대우건설 현장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정모(53) 길병원 전 비서실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시작된 검찰의 길병원 비리 및 대우건설 비자금 수사는 이모(56) 길병원 전 시설팀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 4명 등 10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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