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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의 함정

입력
2014.04.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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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차 2분기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4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63.1%로 전주보다 2.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발표된 한국갤럽의 4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도는 59%였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취임 2년차 2분기 지지율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취임 첫 해 80%대의 지지율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55%로 내려앉았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30%대와 20%대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2년차 들어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데 반해서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인사 파동을 겪으며 40%대의 낮은 지지율로 출발해서 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도 요즘 한껏 고무돼 표정 관리를 하기에 바쁘다. "지지율이 너무 잘 나와서 부담스럽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야권 성향이 강한 2030 세대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년 차에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확실한 지지기반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시대적 바람을 탔던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지지 기반의 결이 다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서도 확실한 지역적 기반 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부터 형성된 역사적 지지층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한마디로 '박정희ㆍ육영수ㆍ박근혜'라는 삼위일체의 강고한 지지 기반인 것이다.

물론 기반이 탄탄하다고 고층 건물이 쑥쑥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권 2년차 들어 국정운영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공략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북 정책만 봐도 그렇다. 역대 보수적 정권이 안보에 치중하고, 진보적 정권은 남북 협력에 방점을 뒀다면, 현 정부는 안보와 통일 의제를 동시에 끌고 가고 있다. 이런 의제 설정에 대해 누구도 쉽게 딴지를 걸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지난 연말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공기업 개혁이나 정부 규제 완화도 국민 다수를 끌어들일만한 의제들이다. 정한울 동아시안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대처에서도 소통 측면에서는 비판 받을 수 있었지만, 공기업 노조에 대한 '철밥통' 비판여론을 배경으로 밀어 붙였던 것이다"며 "막무가내로 보수층 결집 이슈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지형의 유리함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높은 지지율의 배경을 설명한다. 규제 완화 역시도 '대기업 편들기'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7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 등을 통해 규제 완화의 목표가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킨 것도 주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는 국정 운영은 아직은 의제 설정 단계에 있다. 공기업개혁이나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통일기반구축이나 창조경제 등 현 정부의 중점 어젠다 거의 대부분이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지지율 상승 배경이었던 드레스덴 선언도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빛이 바랜 상황이다. 즉 지금의 지지율은 현 정부가 실제로 이룩한 성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의제 자체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 파동과 국정원 사건 등으로 그 어느 정부 보다 어수선한 집권 첫 해였다. 격렬한 여야 대치에 지쳤던 국민들은 이제서야 제대로 현 정부와 허니문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이례적인 고공 지지율은 그 때문에 나온 것인지 모른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국민들이 실제 현 정부의 성과에 대해서 판단을 하는 시점에서 나올 것이다. 청와대 인사들이 표정 관리를 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송용창 정치부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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