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13일 발표한 보고서는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대 70%까지 감축해야만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 7년 만에 지역별 온실가스 목표치를 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나 2015년 말까지 합의를 목표로 진행될 각국간 온실가스 감축 협상의 기초자료라는 의미가 적지 않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최대 70% 감축해야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2000~2010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IPCC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추가적 감축노력 없이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약 3~5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PCC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내로 억제하는 걸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상승하는 걸 지구의 최대 허용 범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한계를 초과하는 순간 지구의 기온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해수면 상승과 초대형급 태풍 발생 등 전지구적 환경재앙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 온도는 19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0.8도 상승했다.
이 때문에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0~70%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지구 평균 온도는 2050년에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2.2도 정도 높아지는 것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됐다.
오트마 에덴호퍼 IPCC 제3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우리는 다가오는 10년이란 시간의 기회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만약 그 기회마저 놓친다면 나중에 기후 정상화에 훨씬 더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국가, 부문 별 감축 목표치
IPCC는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과 분야 별로 구체적인 감축 목표량을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2050년까지 OECD90(1990년대 이전 OECD 회원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95%를, 아시아(중동 제외)는 약 30~50%를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동유럽과 구소련 국가들(EIT)는 약 70~90%,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LAM)은 약 35~70%, 중동ㆍ아프리카(MAF)는 약 15~20%를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공급(25%), 산업(21%), 수송(14%) 등이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IPCC는 산업과 수송, 건물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량(2010년 기준)을 2030년까지 약 18~20%, 2050년까지 약 25~30% 감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IPCC는 산업 분야에서는 에너지 집약도의 대대적 개선 및 원료사용 절감, 재활용 등을 중요 감축정책으로 제시했고, 건물 분야에서는 에너지기준 향상, 냉난방 에너지 사용 절감 및 생활방식 개선 등을 권고했다. 수송 분야에서는 자동차 성능과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30~50% 줄이고 도시계획을 통한 자동차 이용 감소를 유도하는 캠페인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에너지 공급 방식에서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전환 및 바이오 에너지 사용 등이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됐다.
IPCC는 제도와 기술 등에서 이 같은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5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이 50%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기후변화 경감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작업은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라면서도 "인명과 생태계, 해양 생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를 안정화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PCC 보고서에 회의적인 시각도
그러나 일부 기후 전문가들은 IPCC 보고서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기후학자 제임스 아난은 "지난 15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며 "기후 변화 속도가 IPCC의 예측과 달리 낮다는 증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10년 동안 약 0.05도 밖에 상승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지구 평균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소해야 한다는 IPCC의 주장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토마스 스토커 IPCC 제1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지구 평균 온도가 크게 오르지 않고 유지된 것은 자연적 기후변동성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는 IPCC 모델의 기후 민감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