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 업무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14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인데, 결국 공안사건에 검찰이 얼마나 무능한가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검찰의 대공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감찰본부에 "공판관여 검사 등에 대한 엄정한 감찰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이었던 부부장 검사 2명(현재 부장검사)이다. 하지만 감찰은 사법처리를 전제로 하지 않은 내부징계 절차에 불과하다.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 등 3건의 위조 문서가 그대로 재판부에 제출됐는데도 검증 책임이 있는 검사들은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더구나 담당 검사들은 재판부에 허위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재판부를 속였다. 이들은 지난 1월 3일 "대검은 외교부를 경유해 지린(吉林)성 공안청에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런 절차로 길림성 공안청 산하 허룽(和龍)시 공안국이 우리측 공관에게 정보협력 차원에서 기록을 제공하게 됐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이미 지난해 6월에 지린성은 "외교상 전례가 없다"며 자료 제공을 거부했지만 검찰은 이를 숨겼다.
검사들의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는 국정원에 전적으로 의존 해온 대공수사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자체적인 해외 증거 수집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국정원이 구해 온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고, 자체적인 검증 능력도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유씨의 여동생 가려(27)씨에게 국정원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변호사 접견도 막는 등 형사소송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눈감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사건 지휘라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대공수사 지휘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진태 총장도 대검 공안부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공사건 수사 및 공판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수사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증거수집 절차를 제대로 갖추고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적법성 시비가 없도록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검찰은 국정원과 같은 권력의 일원이라는 패거리 인식을 버리고, 제출 증거에 대해 독립적 객관적으로 검증해 수사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는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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