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들을 위한 배당잔치가 여전했다. 이번에는 재벌그룹 비상장 계열사들이 나서서 거액의 배당을 ‘상납’했다. 순손실을 기록한 계열사 적자기업이 무리해 배당을 하거나, 순이익의 10배에 달하는 ‘과잉배당’을 챙겨준 비상장 계열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주력 상장사가 올린 이익을 일감 몰아주기와 비상장사 배당으로 총수 일가가 빼돌린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의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수와 친인척들은 적게는 1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배당을 챙겼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지난해 순이익이 7억7,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원을 배당했다. 순이익의 무려 13배를 배당금으로 가져간 셈이다.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통상 20% 내외로 순이익의 5분의 1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비정상적인 수치다.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인 허서홍씨 등 GS그룹 4세들과 친인척이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배당받은 금액(104억원)이 전년도(5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2009년 이후 매년 약 100억원씩을 챙긴 허 회장의 동생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은 이번에는 29억원으로 배당액이 줄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는 범한판토스는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에게 97억원을 배당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게 101억원,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차남 이해승씨에게 53억원과 1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 부회장은 대림I&S에서도 82억원을 받았다.
삼성그룹 비상장사인 삼성SDS와 삼성자산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각각 22억원과 14억원을 배당했다.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도 7억5,000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 중 아직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420개(38.3%)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수 일가가 챙긴 배당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총수 일가가 사익 편취나 재산의 편법 증여를 위해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비상장사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들은 비상장사의 기업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자녀 등이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배당을 한다”며 “부의 대물림을 위해 회사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모기업이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생긴 이익을 (총수 일가가) 챙겼다면 이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입찰 구도를 조성해야 하는데 재벌들은 계열사 중심으로 일을 맡긴다”면서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의 혜택이 오히려 재벌 계열사에게 돌아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용운기자
한국스포츠 정용운기자 sadzoo@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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