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신경전이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고리로 또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정 의원 측은 김황식 전 총리 측에서 명백한'네거티브'선거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김 전 총리측은'사실관계를 명백히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이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 측은 13일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중공업은 '지방의 조선소'가 아니라 서울시와 복잡한 업무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정 후보는 대기업 대주주와 서울시장을 겸직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고 정 의원 측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김 전 총리 측은 그러면서 "(정 의원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심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뉴욕시 이해상충위원회는 직무관련성을 명백히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대주주와 서울시장을 겸직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마치 아버지와 선생님 역할을 겸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과 다름 없다"면서 "서울시와 현대중공업간 거래액은 5년간 70억원 정도로 대부분 경쟁입찰이고 이마저도 1년 회사 매출(약 54조)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블룸버그 전 시장과 관련해서도 수 십조가 되는 블룸버그 통신 주식과 관련해서 (이해상충위원회에서도) 명백하게 그런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총리가 백지신탁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밀리고 있는 판세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란 관측이 우세하다. 보름 정도 남은 경선에서 정 의원의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역전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은 TV토론 등에서도 백지신탁 논란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식 행사장에서 만난 두 후보는 별다른 대화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전 총리는 "법과 사실 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네거티브가 아니다"라며 "본선에서도 분명히 법률적으로 제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 의원은 "그것이 네거티브가 아니면 포지티브인가"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으면서"김 후보가 '내가 법관이라 아는데'라고 발언하던데 김 후보는 법관을 했던 분이지 백지신탁심사위원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는 소강상태를 보였던 두 후보가 정책경쟁에서 다시 약점 들추기 양상을 보임에 따라 내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두 후보가 너무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한 사람이 경선에서 승리해도 과연 다른 쪽이 승리한 쪽을 밀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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