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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제안' 갈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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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제안' 갈 길을 잃다

입력
2014.04.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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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독일 방문을 통해 야심차게 내놓은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이 표류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박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 3대 제안에 대해 공식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남북관계마저 갈수록 악화하면서 드레스덴 제안을 발판 삼아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을 꾀하려던 박 대통령의 대북ㆍ통일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12일 대변인 담화에서 "박근혜는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온 민족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며 "'흡수통일'로 이뤄진 독일에서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 매체가 아닌 북한 당국이 드레스덴 제안에 거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국방위는 이어 드레스덴 제안을 "나라와 민족의 이익은 덮아두고 몇 푼 값도 안 되는 자기의 몸값을 올려보려고 줴친(떠든) 반통일 넋두리"로 폄하했다. 또 "(박근혜는) 그 누구의 배고픔이니 고통이니 없는 사실까지 날조했다"며 박 대통령이 제안 배경으로 설명한 북한 주민의 비참한 현실을 비방ㆍ중상으로 규정했다. 노동신문도 13일 국방위 대변인 담화를 그대로 게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국방위가 청와대의 카운터파트라는 점에서 드레스덴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방위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최근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북측 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 발표 이틀 뒤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31일엔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우리 측 지역에 100여발을 쏘는 대규모 해상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여기에 이달 들어 새로운 비대칭 위협으로 꼽히는 소형 무인기 침투 도발까지 벌이는 등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질타한 반면 대북 비난은 가급적 자제하고, 또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비핵화 사전조치의 유연성을 내비치는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북측은 거듭 대결적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이런 정세 흐름에서 정부가 드레스덴 제안을 착근시키기 위한 자체 동력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통일 대박'의 밑그림을 그릴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을 예고했으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통일 준비 기구의 발족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북 소식통은 "통일은 상대가 있는 게임인데도 정부가 나홀로 준비에 매진할 경우 북한은 '흡수통일'이란 인식을 굳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면 전환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드레스덴 제안의 첫발을 내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드레스덴 제안은 거부했으나 남북대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며 "짧게는 이달 말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나 길게는 6ㆍ4지방선거 때까지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탐색기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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