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정원감축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수도권ㆍ지방대 특성화사업 마감(30일)이 다가오면서 비인기 학과가 통폐합되는 등 상아탑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13일 각 대학의 정원 감축안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도권과 지방대의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들은 특성화사업 평가에서 가산점 5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정원 10% 감축을 목표로 구조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영남대는 국사학과와 사학과를 역사학과로, 피아노와 관현악 전공을 기악과로 합치는 등 기존 16개 학과를 8개 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부산 동의대는 물리학과와 불문과, 대구 계명대는 전통건축학과 오르간과 동양화과 경찰법학과 등 8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2015학년도부터 하지 않아 각각 200명과 215명의 입학정원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경상대의 한 교수는 "100점 만점 중 1점 차이가 당락을 좌지우지해 정원감축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창원대는 이공계 학과가 특성화사업에 지원하면서 정원 감축은 인문사회계열에 떠넘겨 반발을 사고 있다. 창원대 교수회 류병관 사무국장은 "철학과 법학과 등 특성화 사업계획을 제출 못한 학과는 정원의 15~20%를 줄이라는 학교 본부의 방침이 나왔다"며 "입학정원이 20명 남짓인 철학과 등은 유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감축계획이 없다. 한양대(117명) 서강대(66명) 성균관대(138명)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도 하한선인 4%(가산점 5점 중 3점) 정원 감축안을 마련 중이다. 이영 한양대 기획처장은 "정부 정책을 따른다는 차원에서 최소한으로 정원 감축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조조정 당사자인 해당 학과 학생, 교수의 동의 없이 졸속 추진돼 학내 갈등이 심각하다. 동의대 사학과 박순준 교수는 "교학부총장이 교무회의에서 구조조정 방침을 일방적으로 밝히는 등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영남대 교수회 이창언 사무국장도 "특성화 사업공고 이후 불과 3개월만에 사업계획 제출을 요구해 졸속 구조조정안의 빌미를 제공한 교육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립대 대부분이 대학 운영비를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학생 수 감소는 비정규직 강사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임재홍 부위원장은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학과 통폐합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부가 나서서 학문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며 "구조조정은 성공할지 몰라도 구조개혁정책의 취지인 질 높은 교육은 불가능하고,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명을 줄이기로 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5년간 1조2,700억원을 지원하는 대학 특성화사업 선정평가에서 정원 감축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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