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남도교육감의 부인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경남 진주의 한 고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2주 만에 두 명이 숨졌다. 학교 폭력 절정기인 4, 5월을 맞아 경찰, 교육부 등 관계기관이 집중관리에 나선 가운데 벌어진 사고였다. 특히 이 학교에서 학생위기상담 종합서비스 'Wee센터'의 전문가들이 학생 상담을 한 날에도 사고가 발생해 예방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남 진주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진주 모 고교 기숙사에서 2학년 A(15)군이 1학년 B(15)군을 엎드리게 해놓고 복부를 발로 한 차례 걷어찼다. 정신을 잃은 B군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기숙사 자치위원인 A군은 이날 오후 11시 50분 점호시간을 앞두고 B군이 생활실을 함께 사용하는 동급생과 말다툼을 하며 시끄럽게 한다며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3일 A군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4일 B군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사고 당시 이 기숙사 사감과 부사감은 기숙사 3층에서 근무하던 중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2층으로 내려와 B군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이 학교 1학년생 C(15)군과 싸우던 D(15)군이 복부 등을 주먹과 발로 수 차례 맞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2시간여 만에 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입학 직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서로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사고 당일 수업을 마친 뒤 옥상에서 싸우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군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경남교육청은 학교폭력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12일 고영진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해당 고교 학교법인에 학교장 직위 해제를 요청하고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기숙사를 운영하는 도내 86개 학교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당국의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달 14일 관련부처들과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부는 3월 말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폐쇄회로(CC)TV 설치, 운영 현황과 학교 출입관리 상황 등 교내 안전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도 4월 말까지를 학교폭력 집중관리기간으로 정해 활동 중이다. 학생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교내 게시판과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해 전담경찰관 이름과 연락처를 알리고, 올해 도입한 스마트폰용 '117 채팅신고 앱'도 홍보하고 있다.
게다가 두 번째 사망사고는 열흘 전 동급생 사망 사고로 충격을 받은 1학년생들을 상대로 전문가 5명이 4주간의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 날이었다. 이 같은 대책들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교육부로부터 기숙형 고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4층짜리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96명(4인 1실)이 입사했다. 사회적 배려자, 원거리 통학생, 성적 우수자 순으로 우선 입사한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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