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민간 교류와 경제협력 확대 등을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12일 공식 거부했다. 국방위는 "도이췰란드(독일)는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그곳에서 박근혜가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북한 반대는 예견됐던 터라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지난달 말 박 대통령의 선언 이후 북한은 제4차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도발을 언급하더니 서해 포격과 함께 무인정찰기를 잇달아 띄워 보냈다. 11일에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자위적인 대응조치를 계획대로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물밑에서 조율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한미일 대표 회동을 한 뒤 중국에서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우다웨이 대표는 지난달 북한을 다녀간 데 이어 금명간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이 주변국 움직임을 겨냥하여 '체제 안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드레스덴 선언을 거부한 북한이 조만간 실제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북한은 정부의 대북 관련 발언이 나오면 맹비난과 동시에 이를 명분 삼아 미사일 실험 등을 실시한 적이 있다. 더구나 이달 15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이고 25일은 인민군 창건일, 25~26일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도 이끌어내 도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도 보다 단호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 한편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5ㆍ24 조치에 대한 융통성 있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 근본적인 정책 전환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을 막기 위한 가능한 조치들을 깊고 넓게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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