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최근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할 제주지사 후보로 원희룡 전 의원을 선출했다. 원 전 의원은 2명의 당내 예비후보와의 여론조사 경선에서 69.3%의 지지율로 공천권을 따냈다. 이에 맞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김우남 의원, 신구범 전 제주지사 등이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한 국민참여경선으로 출마자를 가리기로 했다.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우근민 현 지사는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새누리당이 제주지사 선거에 중앙 무대에서 활보하는 정치인을 내세운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만한 게 10여 년 동안 제주도는 새누리당의 무덤이었다. 5차례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자당 때부터 도지사를 배출한 적이 없다. 2004년 6월 임기 2년짜리 보궐선거에서 이긴 게 전부다. 국회의원도 2000년 16대 총선부터 12차례 선거 중 새누리당 당선은 한번뿐이다.
■ 제주도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하는 데에는 지역 특유의 복잡하고 독특한 정체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대체로 정치적 기대 수준이 높은 이곳 주민들에겐 그간의 중앙 주도형 국정 운영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는 느낌이 작지 않다. 예로부터 내려온 정부 여당 등 중앙 정치에 대한 저항 의식이 쉬 가시지 않는 이유다. 또 지정학적 특성상 인구 이동이 적다 보니 정치 노선보다는 혈연 등으로 얽힌 인간 관계가 중시되는 것도 조직 선거에 익숙한 여당에겐 그리 유리하지 않다.
■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이달 초 조사에서 원 후보는 야당의 세 예비후보에게 각각 20%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득표전은 시작도 안 한 상태다. 야당이 순회 경선을 하면서 붐을 조성한 뒤 후보를 선정하고, 안철수-문재인 의원 등이 지원사격에 나서면 상황은 달라지게 돼 있다. 그간 4년 임기가 보장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기지 못한 곳은 호남을 제외하면 제주도뿐이다. 기록이 깨질지 징크스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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