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가전들이 내는 소리가 어우러져 오케스트라로 바뀔 가능성은. 빛 위를 걷는 기분은 어떨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에서 4월 10일~10월 12일 열리는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전에서는 이 같은 상상력이 현실로 이루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트로이카'는 코니 프리어, 세바스찬 노엘, 에바 루키 등 3인의 젊은 작가 트리오다. 사진, 엔지니어링,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춘 이들은 2003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만나 기계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트로이카의 국내 첫 전시로, 초기작과 대표작, 신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 100만회를 넘기며 크게 주목 받은 대표작 '클라우드(Cloud)'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4,638개의 반짝이는 원형 플립 장치들을 이용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다시 제작돼 6월 미술관 1층에 전시될 예정이다.
2층 전시공간으로 올라가면 '폴링 라이트(Falling Light)'의 찬란한 빛이 관객들을 맞는다. 크리스털 프리즘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빛들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빛으로 만들어진 수면 위를 걷는 경험을 제공한다. 검은 잉크 한 방울이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나가는 과정을 담은 '스몰 뱅(Small Bang)', 일상 전자기기들이 가진 각각의 전자파가 소리로 연주되는 '일렉트로프로브(Electroprobe)', 빠른 기술 발전에 반기를 들며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어제의 날씨(The Weather Yesterday)' 도 볼 수 있다.
3층에서는 형형색색의 밧줄을 물줄기처럼 뿜어내는 '퍼시스턴트 일루전스(Persistent Illusions)'에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각형 90개가 회전하며 360도로 펼쳐지는 순간 사각형과 원이 하나의 형태로 인식되는 '90개의 사각형(90 Squares)',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가는 연기의 움직임을 검은 그을음으로 기록한 '미로(Labyrinth)', 전기 불꽃이 종이를 태우며 그린 그림 '라이트 드로잉(Light Drawing)' 등 기발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올 연말 서울 모처에 설치될 '모든 가능성의 합계(The Sum Of All Possibilities)'도 미리 공개됐다. 무한한 듯 변화하는 패턴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시공간의 유한함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다.
트로이카의 작업은 보는 것과 이해하는 것 혹은 믿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서 의문을 제시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경험과 상상을 통해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한다. 관객들은 소리, 빛, 시간으로 구성된 상상의 공간에서 새롭게 창조된 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연 현상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당한다.
전시에는 공간적인 설치 작업이나 입체, 평면 작업뿐 아니라 작품 제작과정에서의 고민과 발상을 기록한 스케치 및 모델도 함께 소개됐다. 트로이카의 실험적인 창작 과정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좋은 기회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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