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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꿈

입력
2014.04.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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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의 생일이 즐비하다. 그들 중 두 사람이 눈길을 끈다. 와 과 같은 불멸의 작품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5일이 생일이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라이트 형제 중 형인 윌버 라이트 생일은 16일이다. 생일은 하루 차이지만 태어난 햇수로는 40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수백 년 간격을 두고 활약했던 두 사람에게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행기다.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나, 예술뿐 아니라 과학, 건축, 도시설계, 무기제작, 무대 특수효과 등, 오늘날의 용어로는 '융합'의 원조 격인 다빈치는 인간이 하늘을 나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비행기, 헬리콥터, 낙하산 등을 설계했다. 물론 인간의 근력만 가지고는 하늘을 난다는 꿈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다빈치의 설계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40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신은 인간이 하늘로 진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것은 동서양 막론하고 오랫동안 인간의 꿈이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그 당시 엔지니어였던 다이달로스가 아들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장착해서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비행에 취한 나머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 날개를 몸통에 부착한 부분이 태양열에 녹아서 지중해로 추락하고 만다. 판타지이긴 하지만 최초의 비행사를 다룬 이 스토리는 르네상스 이래 많은 화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라이트 형제가 시험 비행에 성공한 후, 항공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수년 후에는 대륙횡단과 대서양 횡단, 그리고 세계 일주가 가능해졌고, 결국 비행기 여행이 대중화되었다. 첫 번 비행 실험이 성공한 지 불과 40년 만에 소리보다 빠른 비행기가 개발됐으니 정말 인간의 능력은 대단하다. 항공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20세기 초, 일단의 예술가들은 미래주의라는 새로운 화풍으로 응답했다. 그들은 비행기나 자동차 등 그 당시 첨단 기술을 그림의 소재로 도입한 것을 넘어서 현란한 움직임과 속도 그 자체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이제 하늘을 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고 현대인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소설 나 에 묘사된 것처럼 초창기 낭만적으로 간주되었던 비행기 여행은 이제 단순히 고속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느리고 지루하고 불편했던 기차여행이 이제는 낭만적인 것으로 자리바꿈했다. 최근의 기술 추세는 더 크고 더 빠르거나 더 멀리 가는 비행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가 없는 무인 비행기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아예 인공지능으로 자동 비행하는 무인 비행기는 실용성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 공중 영화촬영처럼 굳이 불편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작업할 필요 없이 지상에서 편하게 무선으로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머지않아 택배나 음식 배달도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복잡한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무인비행기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정찰이나 무인폭격처럼 군사적 목적으로도 제격이다.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도 비행선이 이용된 바 있다. 이제 하늘은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고 예술가들도 관심을 갖지 않는 따분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하늘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변한 것이다. 예전 국민 대다수가 단독주택에 살았을 때는 마당에 하늘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고 고층 건물로 뒤덮인 지금, 우린 하늘을 쳐다보기보다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살고 있다. 최근 어떤 예술가들은 잊혀진 하늘을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작업을 한다. 지붕이 없는 텅 빈 방에 들어가면 볼 거라곤 하늘밖에 없다. 또는 번화가 한 복판에 커다란 거울 하나를 비스듬히 가져다 놓는다. 사람들은 거울에 반사된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삼 경이로움을 느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이트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로 시선을 돌려보자. 창의성이 별거냐. 잠시 현안 문제를 내려놓고 공상해 보는 거다.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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