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자카니 美 여교수 수상 유력수여는 개최국 朴대통령이…현재 IMU 도브시 회장도 여성쌍둥이 소수 추론 실마리 찾은중국인 교수 강연 섭외하려 할 때개인 연락처 몰라 애 좀 먹었죠젊은 수학자들의 미래를 보고40세 미만으로 수상자 제한해학계서 매력적인 상으로 꼽혀한국인 첫 기조강연 맡아 부담전문적인 내용 빼고 쉽게 하라는IMU 회장의 당부 메일도 받았죠
우리 수학자들이 신이 났다. 8월 13~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 세계 수학 잔치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준비하며 한국 수학사를 새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117년 ICM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에 대회를 유치한 데다 첫 기조 강연자도 한국인이다.
게다가 세계 수학계에도 이번 서울대회가 전무후무한 대회로 기록될지 모르겠다. '멘스클럽(Men's club)'이던 필즈상의 유력한 후보가 여성인데다 시상 무대에 여성 3명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서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고등과학원에서 가진 ICM 조직위원장 박형주(50) 포스텍 수학과 교수와 한국인 첫 기조 강연자 황준묵(51) 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의 대담에서 이들은 "이번 ICM에서 한국 수학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대회를 준비하느라 흰머리가 늘어날 정도로 부담 백배"라고 고충도 토로했다.
-필즈상의 유력한 여성 후보는 누구죠.
황준묵 교수= 메리엄 미르자카니(3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입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이란에서 태어나 학부교육까지 그곳에서 마쳤죠. 이슬람권의 여성 수학자가 ICM 기조강연을 맡은 건 처음일 거예요.
박형주 교수= 4년마다 열리는 ICM에서 기조 강연하는 사람은 필즈상 수상자와 동급으로 쳐요. 기조 강연자는 대회 전 위원들 면면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선정위원회가 구성돼 엄격하게 수학 업적만으로 뽑습니다. 필즈상의 중요한 자격 요건이 '40세 미만'이라 미르자카니 교수처럼 젊은 나이에 기조 강연자로 선정되는 수학자는 항상 수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죠.
-필즈상을 ICM 개최국 국가원수가 주는 까닭에 수여자와 수상자가 모두 여성이 될 수도 있겠네요.
박형주= 만약 미르자카니 교수가 필즈상을 받으면 첫 여성 수상자가 됩니다. 역대 수상자 52명이 모두 남성이었죠. 게다가 이번 ICM을 주최하는 세계수학연맹(IMU)의 잉그리드 도브시(벨기에 출신ㆍ미국 듀크대 석좌교수) 회장이 여성이에요. 역시 IMU의 첫 여성 회장이죠. 수여자와 수상자, IMU 회장이 모두 여성이 된다면 당분간 이런 경우는 다시 나오기 힘들 걸요. 그래서 국제학계가 기대 반, 소문 반으로 술렁술렁합니다.
-남성 유력 후보들은요.
황준묵= 브라질에서 태어나 박사학위까지 고국에서 딴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파리6대학 교수는 30대 초반이던 2010년 인도ICM 때 이미 기조강연을 했어요. 올해도 40세가 안 됐으니 자연스럽게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죠.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제3세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베트남 출신인 응오 바오 짜우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010년 수상했지만, 그는 교육을 대부분 프랑스에서 받았으니까요. 아빌라 교수가 받는다면 브라질 수학계의 큰 경사죠.
-브라질 수학 수준이 그렇게 높나요.
황준묵= 전반적인 연구 수준은 우리보다 높지 않죠. 하지만 중요한 건 세계적인 수학자를 길러낸 국가 차원의 시스템입니다. 아빌라 교수는 브라질 순수 및 응용수학연구소 출신이에요. 자체 박사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국립 수학 연구기관이죠. 60여 년 동안 꾸준한 지원을 통해 강력한 필즈상 후보를 배출한 거죠. 국내에도 훌륭한 수학자가 많지만 많은 수학 영재가 유학을 가는 현실을 반성해야죠.
-인터넷에선 수상자를 예측하는 투표도 진행되고 있던데요.
박형주= 젊은 외국 수학자들이 주축이 된 것 같아요. 필즈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나 분야만 봐도 현대 수학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으니 연구나 진로에도 적잖이 도움이 될 거예요.
황준묵=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득표율이 높더군요. 그 투표가 아니어도 바르가바 교수는 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혔죠. 정수론 연구로 이미 유명한 상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40세 미만이라는 기준 때문에 수상 자격이 너무 제한되는 건 아닌지요.
황준묵= 사실 상금으로 치면 아벨상이 100만 달러로 필즈상의 50배에 가깝죠. 그래도 수학자들에게 필즈상이 노벨상과 맞먹을 만큼 매력적인 상으로 꼽히는 건 바로 기준 때문이에요. 앞으로 가능성을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은 셈이니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테니까요. 동시대의 학자로서 젊은 수상자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죠(웃음).
박형주= 아벨상이 평萱?업적으로 현대 수학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주는 거라면, 필즈상은 앞으로 쌓을 업적을 통해 인류에 크게 기여할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에요. 1994년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 20세기 최고 업적을 냈다고 꼽히는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998년 독일ICM 때 42세였어요. 나이 때문에 상을 놓칠 수밖에 없었죠. IMU가 너무 안타까웠는지 기념 은판을 별도로 만들어 주고 공식 수상자 명단에도 기록해줬죠. 나이 제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 온 불변의 원칙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첫 기조 강연을 맡아 어깨가 무거우시죠.
황준묵= 안 그래도 발표자료 제출 마감이 코 앞이라 부담이 커지는 중이에요. 이번 ICM에선 강연 준비 상황을 주최 측에 보고도 해야 하거든요. 어려우면 안 된다고 어찌나 주의를 주는지(웃음)….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되도록 빼라고 IMU 회장이 직접 메일을 보냈어요.
박형주= 아무리 수학자라도 사실 자기 분야가 아니면 어렵거든요. 하지만 강연자 입장에선 더 깊은 내용을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죠. ICM이 수학계 내부의 소통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전문적이 되면서 오히려 벽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반성이 최근 나왔습니다. 그래서 서울ICM부터는 되도록 많은 수학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조강연을 하자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긴 거예요. 젊은 수학자들도 연구분야를 택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등 ICM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수학자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나요.
박형주= 대회 기간이 총 9일인데, 후반 4일간은 수학대중화, 수학교육, 수학사 등 교사나 고교생도 들을 수 있는 주제의 비교적 쉬운 강연도 있어요. 수학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바둑 대회도 일반인 대상으로 열립니다. 117년 ICM 역사상 참가자를 수학계 밖으로 넓히는 건 처음이에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국제대회가 열리면 그와 비슷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늘잖아요. 서울ICM이 국내 교육현장에 그런 영향을 미치길 바랍니다.
-대회가 120여일 앞이라 프로그램이 다 확정된 모양이네요.
박형주= 기조강연 20건, 초청강연 180건, 일반강연 930건, 포스터 발표 770건 등 학술 프로그램도 지난달까지 모두 선정됐죠. 사실 폐막식 직전 특별 초청 강연을 부랴부랴 넣느라 최근까지 애 좀 먹었어요. 2,500년 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쌍둥이 소수(크기가 2 차이 나는 두 소수) 추론의 결정적 실마리를 풀어낸 중국인 수학자 장이탕 미국 뉴햄프셔대 교수를 강연자로 섭외하려는데, 도무지 연락이 닿아야 말이죠. 중국 수학계까지 샅샅이 뒤져 겨우 개인 연락처를 알아냈어요.
-특별한 사연이 있는 수학자인가요.
박형주= 그 쌍둥이 소수 추론 연구가 박사학위 논문을 제외하곤 장 교수 평생의 첫 논문이거든요. 예순 다 돼 공부를 시작했는데, 박사 학위를 받고도 직장을 못 구해 샌드위치 가게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었어요. 우연히 지인을 만나 교양수학 강사로 취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학계 최고 학술지에 덜컥 쌍둥이 소수 논문을 발표한 거예요. 독특한 이력의 이 노학자를 특히 학생이나 젊은 수학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황준묵= 학창시절 계산문제 잘 풀지 못한다고 일찍부터 수학 소질이 없는 걸로 못 박는 경우 많죠. 수학 능력에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장 교수가 산 증인이에요.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시죠. 끝나면 뭣부터 하고 싶으세요.
황준묵= 제 강연은 대회 이튿날 오전이에요. 얼른 훌훌 털고 남은 대회를 마음껏 즐기고 싶네요. ICM 끝나면 또 줄줄이 학회 발표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박형주= 2007년 대회 유치를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10만~15만 마일씩 비행기를 타고 이 나라 저 나라 다녔어요. 수학 얘기 안 할 수 있는 여행을 가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수학자들 전화도 그땐 물론 사절이죠(웃음).
정리=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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