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선 교육지원청이 학교 앞 호텔건립 규제를 완화하는 교육부 훈령 핵심내용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제시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내 호텔건립 민원이 많은 4개 교육지원청은 훈령 내용 중 호텔사업자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 사업내용을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데 대해 위원 신원 노출과 청탁 우려로 반대입장을 밝혔으나 교육부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저한 비공개가 원칙인 정화위원들이 사업자와 직접 접촉할 경우 공정성 훼손 우려가 큰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런 현장의 중요한 의견이 누락됐다는 것은 고의성이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학교 앞 호텔건립 문제가 거론된 후 정부는 앞뒤 가리지 않고 건립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유해시설이 없으면 학교 주변에도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환경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교육당국이 이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와 학부모 등 일선 교육계의 생각은 다르다. 모텔, 호텔은 물론이고 유해시설 없는 고급 관광호텔이라도 일단 들어서면 주변에 관련 상권이 형성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경복궁 지척에 있는 7성급 호텔 건립 허용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학교들의 교육권과 학습권 침해와 함께 역사ㆍ문화 중심지로서의 공공가치 훼손 우려가 적지 않다. 교육부의 훈령제정 방침이 학교주변 유해시설을 엄격히 제한하는 상위법령인 학교보건법과 시행령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판국에 지난 5년간 정화위에서 건축을 허가 받은 관광호텔 158건 가운데 102건이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호텔을 짓지 못해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일자리와 경제도 좋지만 학교주변 규제 해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특정기업의 민원해결을 위해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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