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몰아치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심상찮다. 은행권은 물론이고, 증권사와 보험사도 인원 및 점포 축소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삼성생명마저 최근 전체 직원의 10~20% 감축 등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저금리ㆍ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다, 온라인거래 증가 등 금융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은행권 68개, 증권사 160개, 보험사 138개 등 366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금융권의 어려움은 여러 요인이 겹친 탓이지만, 무엇보다 그 동안 활로 모색을 게을리해 온 국내 금융사들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금융사들은 2000년대 들어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했을 뿐 수익구조 발굴이나 시장 개척은 소홀히 해 왔다. 현재 은행 점포에서의 대면(對面)거래는 10%도 안 되고, 90% 이상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뤄진다. 주식거래도 온라인 비중이 90%를 넘는다. 그런데도 은행은 여전히 국내영업과 예대마진에만 매달려 있고, 증권사는 새 상품 개발보다 거래수수료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반복되는 고객 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로 국민의 신뢰마저 크게 떨어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신규사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급선무이지만, 비즈니스모델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좋아져 수익성이 나아지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궁색한 처지다. 생존을 위해 고비용ㆍ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혁신을 이뤄내지 않고는 미래가 밝지 않다.
금융업의 발전은 개별 금융사 차원을 넘어 선진경제 진입을 위해 절실하다. 국가 인허가에 기반을 둔 금융업의 특성상, 민간 금융사라 해도 당국이 신속한 구조조정 등 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경기 둔화나 원화강세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문제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우수인력 양성 및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대형화 지원, 증권업 진입 규제 등 각종 규제 혁파를 통해 혁신의 물꼬를 터주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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