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딸기우유 다 팔렸어요. 한국 치킨 먹으려면 1시간은 줄을 서야 해요."
10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고급 식료품점 시티 슈퍼(city'super)에는 오전 11시밖에 안됐는데도, 한국 우유가 동난 지 오래였다. 매장 담당자 황 판(Huang Fan)씨는 "한국산 우유는 맛이 강하고 깨끗해, 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20~30대를 중심으로 하루에 70~80개씩 팔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신선우유 가격(44위안)이 중국 제품의 2배인데도 말이다.
중국에서 한국 식품이 한류를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8~10일 찾은 상하이와 난징(南京)의 백화점, 대형마트 4곳에는 한국 식품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돼있었다. 최근 잘 나간다는 한국의 유자차는 출입문과 가까운 곳에 있었고, 한국 과자 라면이 차지하는 진열대 면적은 다른 나라 식품들과 비슷하거나 더 넓었다.
현지 수입상 추이 야캉(Yaqiang Cui)씨는 "난징 일대에 공급하는 한국 식품 가짓수가 2년 새 반으로 줄었는데, 연 매출은 여전히 1,000만위안(16억여원)"이라고 말했다. 식품 수는 줄었지만 판매량이 2배 증가할 만큼 한국 식품이 인기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산 조제분유의 지난해 수출액은 5,637만달러(608억원)로 전년보다 44%나 급등했다. 인삼, 유자차의 성장률은 20%대에 달했다. 대중(對中) 식품 수출액은 2009년 4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4,800만달러(1조23억원)로 2배 넘게 늘었다. 한류 바람에 더해 한국 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덕이다.
한국산을 흉내 내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정관장 홍삼 제품과 포장이 비슷한 '고려삼'이란 제품이 팔렸고, 한국산 두유 옆에도 비슷한 포장의 중국 제품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한국 식품의 위상이 완전히 잡힌 건 아니다. 여전히 라면 하면 일본산이었고, 고급분유는 유럽제품을 더 선호했다. 현지에서는 포장이 자주 바뀌고 스타브랜드가 없는 걸 한국 식품의 약점으로 꼽았다.
가공식품 위주의 수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은 검역 규제 탓이지만 규제가 풀려도 우리 농가의 주 소득원인 채소 등 신선제품이 중국시장의 가격경쟁에서 이기긴 어렵다. 더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타결을 앞뒀는데도 국산 가공식품의 국산 원재료비율은 29%에 그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한국산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으로 돌파구를 만들면 신선식품 수출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aT는 한국 식품 체험매장(안테나숍)을 중국 주요도시에 열고 물류센터를 지어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상하이ㆍ난징(중국)=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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