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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상실제 있으나마나

입력
2014.04.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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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계모 사건, 울산 서현이 사건과 같은 부모의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현행법에는 친권을 박탈하는 친권상실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법상 친권 상실이란 아동에 대한 거소지정권, 징계권 및 재산 관리권 등 자녀가 19세 성년이 되기 전까지 부모가 갖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말한다. 친족 또는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가정법원이 부모의 친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아동복지법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하지만 자녀 학대를 이유로 부모의 친권이 박탈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4,133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2012년 1만943건으로 폭증했다. 반면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되는 친권 관련 청구건수는 2011년 275건, 2012년 356건, 지난해 318건에 불과했다. 이중에는 친부모가 다시 친권을 회복시켜달라는 회복 청구가 포함돼 있다. 또 친족의 친권 상실 청구는 20~30% 가량이 심판 중 취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친권 상실 청구가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친권 상실 선고가 나는 경우는 부모가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동 학대를 이유로 친권이 상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은 친권을 존중하는 전통적 유교의식이 사회 전반에 너무 뿌리깊어서 나타난다. 우선 주된 친권상실 청구자가 친족인데 친족조차 자녀 학대를 목격했다 해서 '부모와 자식간의 연'을 끊어달라고까지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장준호 검사는 "자녀의 친족은 곧 가해 부모의 친족이기도 하다"며 "부모가 아이를 때린다고 해도 가족끼리 의절할 마음을 먹어야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구 주체인 검사는 더 소극적이다. 수사과정에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학대 사실을 파악하면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 검사가 서울가정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한 경우는 2011년 3건, 2012년 5건, 2013년 1건에 그쳤으며 2014년에는 4월 10일까지 한 건도 없었다. 대검찰청의 분석 결과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검사의 친권상실 청구 건수는 61건에 불과했는데, 그 중 60건이 성폭력범죄였고 가정폭력 범죄는 1건뿐이었다.

'범죄 가해자라도 부모는 부모'라는 인식도 문제지만 제도적 허점도 크다. 가정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등에서는 친권의 상실이 아닌 부분 제한도 가능토록 하고 있지만 제한 조치 이후에 후견인을 찾아주는 등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친권 관련 법안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일정기간(2년 이내)만 친권을 정지하거나 ▦교육이나 치료 등 특정범위를 정해 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자녀 본인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도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청구권자의 인식 개선은 법 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전문성과 민감성이 가장 높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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