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지난달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일어난 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실물 경제 지표들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발 위기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선 이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건강한 신호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위기론의 출발점인 회사채 디폴트가 '난 것인지' 아니면 '낸 것인지'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첫 회사채 디폴트 기업이 된 상하이의 차오르(超日)솔라와 그 뒤를 이은 산시성의 하이신철강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공급 과잉으로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룰 수 없는 업종의 한계 기업이란 사실이다. 잘 돌아가던 경제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멀쩡한 기업에 디폴트가 '난' 게 아니라 정부가 공급 과잉 업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일부러 디폴트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뒤를 이어 디폴트가 발생한 저장성의 싱룬(興潤)부동산과 건자재 업체인 쉬저우의 중썬퉁하오(中森通浩)는 모두 부동산 거품과 관련돼 있다. 중국에는 번지르르한 아파트만 있고 사람들은 거의 살지 않는 유령 도시들이 적지 않다. 주로 성장률에 목을 맨 지방정부들과 수익에 눈이 먼 부동산 업자가 실수요를 무시한 채 건설한 신도시들이다. 당국으로서는 부동산 거품에 대한 조치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경제 지표들도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착시 효과를 제거한 실상을 봐야 한다. 중국의 2월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1%, 3월 수출액도 지난해 3월에 비하면 6.6% 감소했다. 그 동안 거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던 중국의 수출이 두 달 연속 부진한 셈이니 겉으로만 보면 비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4월 중국의 수출 지표가 다소 과장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기간 중국의 대 홍콩 수출이 69%나 증가하며 중국 전체 수출 지표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당시 경상 거래를 위장한 투기성 외환 자금이 대거 유입됐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5~12월 중국의 대 홍콩 수출 증가세는 다시 3.4%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따라서 2013년과 2014년 1~4월 수출을 비교해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중국의 수출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이나 반제품도 줄어야겠지만 이러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위안화 약세도 위안화 강세를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 정부가 국제 단기 자금의 흐름에 충분히 대항할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 순항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이 될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며 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중국 지도부는 자원 배분에서 이젠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시장의 활력과 창의성을 제2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일자리 창출에 문제가 없는 한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7.5% 안팎'으로 유연하게 설정했다.
지금은 중국 경제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정확히 직시하며 우리를 돌아볼 때다. 10년 후 30년 후를 내다 보고 구조조정과 질적인 변화를 추진하며 시장의 창의를 북돋우고 있는 중국과 달리 우리는 50년 전에나 통했을 3개년 계획을 다시 꺼내 들고 오히려 시장의 창의를 죽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된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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