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비스 업체 종업원들의 존칭어 사용 문제가 뉴스에 나왔다. 커피점에서 종업원이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카센터에서 “엔진은 터보이시고요” 등은 급기야 영어권 뉴스에도 그 내용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존칭어가 물건에 쓰이면서 존칭의 의미와 용법이 무너진 느낌이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말의 존칭어 장점마저 오인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외국인 저널리스트는 우선 ‘커피 나왔습니다’를 영어로 옮겨 (1)‘The coffee has come out’이라고 영작하고 이것이 영어식 표현 (2)‘Here’s your coffee’와 어떻게 다른지 소개한다. (1)이 주어 동사 문법 규칙으로는 잘못이 없지만 영어다운 표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2)문장 ‘Here’s your coffee’처럼 말해야 옳다는 지적이다. (1) 문장이 문법 100점일지라도 이상한 영어 문장이 되고 (2)문장이 좀더 쉬우면서 누구나 알아듣는 영어식 문장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존칭 표현이 영어권 사람들의 농담거리가 된 것이다. 우리말의 깊고 오묘한 존칭 사용을 서양인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만의 언어 장점이 작금에 이상하게 비치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특히 어느 종업원이 “커피가 제 시급보다 더 비싸거든요”(It’s because a cup of coffee is more expensive than my hourly wage)라고 말한 대목은 서글프기도 하고 가슴 아프게 들린다. 엉터리 존칭어라도 쓰지 않으면 손님들에게 지적 당하는 것이 싫고 자신이 받는 몇 천원의 시간당 급여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어쩌면 커피에 존칭어를 써 준들 문제가 되겠는가 하는 반박일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영어로 ‘Here is your coffee’ ‘This is your latte’라고 한다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종업원의 존칭어 문장을 ‘Your Coffeeness has graced us with his presence’처럼 옮겨 보면 마치 ‘폐하께서 납시오’와 같은 문장만큼이나 시대 역행적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Her Majesty ~’나 ‘His Highness~’ 같은 궁궐 언어가 커피점에서 쓰이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말의 존칭어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런 역설적 존칭어를 듣고도 ‘싫지 않다’는 고객들의 정서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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