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전이 열린 13일 대구구장. 8-8로 맞선 삼성의 8회초 수비 1사 만루 위기에서 김태한 삼성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걸어가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등판을 예고한 임창용(38)이 7년 만에 한국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지난달 26일 친정팀 삼성과 연봉 5억원에 계약한 임창용은 지난 11일 엔트리에 등록했지만 삼성이 연이틀 패배하면서 등판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때문에 임창용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나를 보기 위해 홈 경기를 찾은 팬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팀이 무조건 지더라도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7회말까지 삼성이 8-4로 앞서 첫 등판에서 세이브 기회까지 잡는 듯했지만 안지만이 8회초 등판하자마자 SK 최정(27)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임창용은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다. 임창용이 국내 마운드에 오른 건 2007년 10월5일 부산 롯데전 이후 2,382일 만이다.
임창용은 첫 타자인 8번 대타 루크 스캇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줘 8-9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삼성 타선이 8회말 극적으로 2점을 얻어내 10-9로 역전승을 거두며 복귀전에서 승리투수까지 됐다. 1.2이닝 동안 149㎞의 ‘뱀 직구’를 앞세워 24개의 공을 던지며 단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무실점, 삼진 2개의 완벽한 투구였다. 2007년 9월30일 잠실 LG전 이후 2,408일 만의 승리였다.
임창용은 경기 후 “첫 경기부터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으나 덕분에 긴장하고 침착하게 잘 던질 수 있었다”면서 “한국 타자들이 정말 많이 변했다. 컨택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세계 무대에 내 놔도 통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전에서는 고졸 신인 하영민(19)이 5이닝 3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한 넥센이 4-2로 승리,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쓸어 담았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4번)에 지명된 하영민은 최고 146㎞의 직구를 앞세워 데뷔 첫 승을 올렸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1991년 김태형(롯데), 2002년 김진우(KIA), 2006년 류현진(한화)과 올해 3월30일 임지섭(LG)에 이어 통산 네 번째다. 9회 등판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시즌 6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잠실에서는 NC가 4-4로 맞선 연장 12회말 터진 4번 이호준의 결승타를 앞세워 LG를 5-4로 꺾고 주말 3연전을 독식했다. 8승4패가 된 NC는 개막 후 10경기를 넘은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창단 후 첫 단독 선두로 나섰다. LG 선발 류제국(31)은 올 시즌 최다인 11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6이닝 4실점하며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롯데는 광주에서 강민호(29)의 시즌 4호 쐐기 솔로포를 앞세워 KIA를 6-3으로 제압했다.
잠실=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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