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부진을 만회하는 최고의 호투였다.
류현진(27ㆍLA 다저스)이 시즌 2승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3차례 원정경기에서 19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9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았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2.57로 뚝 떨어졌다. 다저스가 6-0으로 이겼다.
슬라이더가 138㎞? 천적 잡은 스피드 업
류현진은 앞선 경기에서 2이닝 동안 무려 8실점(6자책)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자들의 불 붙은 방망이에 넉다운 됐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고 시속 92마일(약 148㎞)의 몸쪽 직구와 함께 승부구로 슬라이더를 요긴하게 던져 애리조나 타선을 봉쇄했다.
경계대상 1호 폴 골드슈미트에 던진 슬라이더는 무려 86마일(138㎞)이 찍혔다. 2-0으로 앞선 1회말 1사 1루 풀카운트에서 컷패스트볼 같은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골드슈미트는 전날까지 류현진에게 16타수 8안타(타율 0.500)로 아주 강했다. 하지만 이날3차례 대결에서는 2삼진, 외야 플라이 한 번 등으로 맥을 못 췄다.
국내 시절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보통 132~134㎞ 사이에서 형성됐다. 평소 잘 던지지 않은데다 다른 변화구에 비해 스피드도, 예리함도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한용덕 한화 투수 코치, 성준 SK 수석 코치, 윤석민(볼티모어) 김광현(SK) 등에 조언을 구해 자신 만의 슬라이더를 완성했다. 검지 손가락으로 강하게 채면 빠르게 휘고, 좀 더 약하게 채면 떨어지는 각도가 큰 또 하나의 무기다.
현지 언론 호평, “다른 투수가 됐다”
류현진의 이 같은 호투에 현지 언론은 “시즌 최악의 선발 등판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고 호평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류현진이 1,2회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단 한 명의 주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면서 “마지막 10타자는 연속해서 범타 처리했다”고 경기 내용을 소개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애리조나를 숨 막히게 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면서 “류현진은 2이닝 동안 8실점한 지난 경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투수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많이 맞은 이후 등판이라 긴장했다”고 했다. 그는 “두 번 실수하면 안 되지 않나. 낮게 던진 것이 주효했다”며 “골드슈미트를 꽁꽁 묶은 게 너무 기분 좋다. 지난 경기에서 체인지업을 많아 맞아서 (잘 듣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고 말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가 아주 예리했다”며 “류현진이 기대대로 오래 마운드를 지켜준 덕에 지쳐 있던 불펜 투수진에 휴식이 됐다”고 밝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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