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모국어로 설명하지 않은 채 진행된 재판은 효력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필리핀 국적의 A(3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절차가 위법했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연인 관계에 있던 B씨를 성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같은 해 10월 A씨에게 별도의 번역문 없이 한글로 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와 의사확인서만 송달한 뒤 재판을 열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A씨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일반적인 절차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며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뤄진 소송행위는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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