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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웹툰작가가 영화 메가폰 잡고… 이야기 영역의 경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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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웹툰작가가 영화 메가폰 잡고… 이야기 영역의 경계 사라진다

입력
2014.04.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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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충무로를 긴장케 하는 풍문이 하나 떠돌았다. 유명 만화작가들이 소속된 누룩미디어 이사들이 송년회 겸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영화제작업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풍문이 낭설로 밝혀졌으나 몇몇 영화 관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자칫 영화 제작의 주도권을 만화작가들에게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원작 시나리오가 태부족인 충무로는 요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누룩미디어는 대표인 윤태호('이끼') 작가를 비롯해 강풀('26년') 양영순('아색기가') 주호민('신과 함께') 등 33명의 만화작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누룩미디어와 관련한 해프닝은 최근 이야기 영역의 칸막이들이 급속히 소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화가와 영화인, 방송인, 소설가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던 20세기와 달리 언제든 각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야기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충무로 영화 두 편이 이런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더 파이브'는 정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 감독은 원작 웹툰의 작가이기도 하다. 웹툰 작가가 자신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기는 정 감독이 처음이다.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지난 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했던 '변호인'도 이야기 산업의 변화 추세를 반영한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영화 프로듀서 등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십 수년 종사했으나 장편영화 연출 경력이 전무했다. 그는 만화 과 의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이야기꾼의 겸업은 낯설지 않다. 그래픽 노블 등으로 명성이 높은 프랭크 밀러는 자신이 그린 그래픽 노블 가 영화로 만들어질 때 공동연출로 감독에 데뷔했다.

이야기 산업의 진화와 분화 속에서 칸막이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관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디지털 시대 영화 제작은 과거보다 덜 복잡하다"며 "이야기꾼의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특정 미디어에 대한 문법만 숙지하면 큰 장애가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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