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과 울산의 '의붓딸 학대사망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정부가 11일 유사사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당정은 당초 복지사각지대 해소 대책만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두 사건 선고공판이 나란히 열리며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범정부 대책으로는 7년 만에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정이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여러 부처에 산재한 대응시스템의 일원화다. 칠곡 사건 당시 학교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이 모두 숨진 김양(당시 8세)이 학대당한 사실을 인지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은 "정부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통합 매뉴얼 교육, 지역 아동보호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 방안 등을 내놨다. 주요 경찰서에 가정폭력 전담경찰관(3월 시행)을 두고 각 지방청의 성폭력특별수사팀이 아동학대 수사를 전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외형상 필요한 대책을 망라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해 온 아동학대 예방 및 신고의무자 교육 예산 확보, 지자체에 떠넘겨진 아동보호전문기관 예산의 국고 지원 등은 빠졌다. 올해 9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시행되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22개 직군에서 24개로 확대되지만 관련 교육 예산은 7,000만원(보건복지부)에 불과하다. 현재 신고의무자만 의사, 간호사, 교사 등 140만명에 달한다. 신고의무자 교육의 주무부처를 놓고 중앙아동전문기관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가정폭력ㆍ성폭력 상담기관을 관할하는 여성가족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동보호기관, 검찰과 경찰 등 수사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일반인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도 필요하지만 예산은 2억원(여가부)뿐이다. 당정은 전국 51개에 불과한 아동보호기관 확대와 상담인력 확충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예산 확보 등 알맹이가 빠진 상황에서 '정부의 지역 아동기관 관리ㆍ감독 강화'를 주문해 봐야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아동학대 신고는 어마어마하게 늘었고 관련 교육도 많이 하는데 예산 확보 방안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황옥경 아동권리학회 회장은 "아동학대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모를 어떻게 교육시킬지에 대한 대책도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12년간 100명 가까운 아동이 학대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2012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총 9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아동보호기관에 접수된 사례만이어서 실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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