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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왠지 더 끌린다,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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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왠지 더 끌린다, 이야기의 힘!

입력
2014.04.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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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은 2012년 7월 개관했다. 부암동주민센터 쪽에서 낮은 언덕배기를 올라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원래는 청운수도가압장이었다. 지대가 높은 청운동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물살에 압력을 가하는 곳이었다. 이 가압장의 쓰임새는 오래 전 사라졌다.

버려진 건물에 시인들이 둥지를 틀었다. 시인들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고 이름 지었다. 연희전문 재학 시절 인근 누상동에서 하숙 생활을 했던 시인을 기억하려는 명명이었다. 낭만을 부르는 이름이었으나 흉가 같은 건물이 주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5억여원을 들여 건물을 새로 단장했다. 윤동주문학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려고 했으나 곧 어려움에 부딪혔다. 문학관에 전시할 유물과 시인의 연관성이 약했기 때문이다. 시인의 유족은 반대했다. 대학 시절 종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하나 70여년이 지나 뒤늦게 종로구가 연고를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니 당연했다.

돌파구는 이야기였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주창해온 브랜드 스토리의 정영선 이사가 나섰다. 이소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소장과 호흡을 맞춰 공간에 담을 이야기를 만들었다.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한 서류와 일본으로 떠나기 닷새 전 썼던 시 '참회록' 영인본을 위 아래로 둬 시인의 고뇌를 전하는 등 시인과 종로의 인연을 연상시키는 화법을 사용했다. '(윤동주의 시가 우리)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 새롭게 흐르도록 만든다. 윤동주문학관은 우리 영혼의 가압장이다'는 문구 등으로 전시실을 꾸며 시인과 가압장이라는 공간을 자연스레 연결 지었다.

공간도 윤동주의 삶을 닮도록 다듬어졌다. 두 개의 물탱크 중 하나는 천정을 들어내 시인의 고향과 시상을 상징하는 우물로 표현했고, 천정을 그대로 둔 물탱크는 시인이 의문의 최후를 맞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를 연상토록 했다. 유족은 마음을 열었다. 종로구와 인연이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시인의 삶이 청운동에 자리잡았다. 개관 1년 사이 1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1968년 북한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로가 근처에 있어 '김신조 마을'로 불리곤 해 난감했던 주민들도 윤동주 마을로 불리게 됐다며 반겼다. 공간 뒤에 숨은 이야기의 힘 덕분이었다. 윤동주문학관은 이야기의 새로운 쓰임새를 대변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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