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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팔달문시장에 정조대왕 입혔더니 시장매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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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팔달문시장에 정조대왕 입혔더니 시장매출 쑥~

입력
2014.04.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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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문 기업'을 표방한 올댓스토리는 도깨비 같은 회사다. 외교통상부의 의뢰를 받아 김치의 역사를 여러 이야기들로 풀어낸 영문 소개 책자를 출간했고 법무연수원 요청으로 초임 검사를 위한 교육용 만화 을 펴냈다. 출판과 콘텐츠 기획만 따져보면 영락없이 이야기를 파는 회사다.

올댓스토리의 사업 영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엿을 만들어 팔고 대기업 계열 약국 체인 등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직원 연수를 원하는 기업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연극을 만들어준 적도 있다. 돈이라면 전혀 무관한 사업에도 뛰어드는 문어발식 확장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올댓스토리는 이 모든 것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고 강변한다. 이야기를 파느냐, 이야기로 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로 물건을 팔아라

올댓스토리는 올해 초 출시된 식초 건강식품 개발에 참여했다. 식초와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 상품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줬다. 페스트가 창궐한 중세 유럽 당시 온 몸에 식초를 바르고 유유히 절도를 일삼은 일당의 에피소드 등을 발굴해 식초의 우수성을 전하는 식이었다.

유기농 녹차 추출물 등이 들어간 치약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동 개발했다. 유기농 추출물이 치아 보호에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를 치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조업체와 협의해 얽힌 이야기를 만들고 특정 성분을 추가하라고 제시했다. 올댓스토리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경우 지적재산권을 대체로 공동 소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대 9%의 로열티를 별도로 받는다.

올댓스토리는 최근 '스토리 커머스'(Story Commerce)라는, 광고와 단편소설을 결합한 새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A4용지 30장 분량의 단편 소설에 제품 정보를 슬쩍 담은 일종의 감성 마케팅이다. 소설을 활용한 적극적인 간접광고(PPL)인 셈이다.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예를 들어 캐비어가 들어간 화장품을 소개한다면 그 고가의 화장품을 쓰는 여자는 누구일까, 그 여성은 또 어떤 사랑을 할까를 소설로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런 단편소설들이 쌓이면 소설집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라진 공간과 인식의 복원

윤동주문학관처럼 공간을 되살리는 이야기 작업도 활발하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2005년쯤부터 각 지역이 지닌 이야기 자원을 발굴해 관광객 유인에 활용하고 있다. '한양도성 스토리텔링'처럼 특정 문화재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 개발로 시작해 '우리 옛 성곽을 따라가는 여행' '서울시 재래시장 투어' 식의 주제를 정한 이야기 만들기가 유행하고 있다.

침체된 상권이 이야기를 에너지 삼아 활기를 되찾은 경우도 있다. 수원 팔달문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좋은 예다. 전국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던 팔달문시장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전기를 맞이했다. 팔달문시장은 근원을 좇다 조선 22대 왕 정조와의 인연을 찾았고 이후 '왕이 만든 시장'으로 명명했더니 외지 손님이 늘고 상인들의 자부심이 높아졌다. 팔달문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참여한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는 "팔달문시장 매출이 30% 늘고 빈 가게가 사라졌다"며 "장사가 잘 돼 월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이사 갔다거나 아이를 상급학교로 진할시킬 수 있었다는 상인의 말을 들으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공간을 되살리고 역사를 복원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으나 이야기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박하다. 이야기 개발의 주요 고객인 지자체 대부분은 물질적인 인프라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이야기 만들기는 공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자체의 발주를 받은 업체는 외부 인력을 동원해 옛 문헌을 뒤지고 탐문과 인터뷰를 병행한다. 여러 작은 역사를 모아 큰 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야기 개발 업체들이 극적인 효과에만 매달리다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희 트래블플러스 대표는 "관광 스토리텔링은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팩트에 기반을 해야 한다"며 "근거 없는 이야기를 관광자원으로 삼으면 결국 신뢰를 잃어 (이야기 개발)시장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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