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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지원 듣곤 베이비박스 아기 찾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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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지원 듣곤 베이비박스 아기 찾아갔어요"

입력
2014.04.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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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70㎝ㆍ세로 60㎝ 좁은 상자에 갓난아이를 놓아둔 채 철문을 닫고 뒤돌아선 친부모는 평생 마음에 짐을 지고 산다. 그곳에 버려져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랄 아이 또한 가슴에 상처를 품고 살 것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힘든 미혼모 등이 영아를 두고 갈 수 있도록 한 '베이비박스'는 정부에겐 '뜨거운 감자'다. 영아 유기를 조장하기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없애야 한다는 쪽과 당장 없앨 경우 아이들이 길거리나 화장실에 버려져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입양 보낸 원가족 모임 '민들레'의 최형숙(42) 사무국장은 11일 이런 논란에 대해 "출산을 앞둔 미혼 부모에게 아이를 직접 키우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원스톱 상담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혼 부모들은 아이를 낳아 직접 키우려고 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 충동적으로 베이비박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 올해 2월 아이를 버리고 가는 부모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 근처를 지키고 있다가, 갓난아기를 두고 가려던 앳된 남학생을 목격했다. 곧바로 교회 전도사가 남학생을 불러 교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잠시 후 연락을 받은 아이 엄마도 교회로 왔다.

최 사무국장은 교회 근처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남학생의 어머니와 만났다. 어머니는 최 사무국장에게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어떻게 애를 키우겠나, 아이 엄마도 이제 겨우 대학 1학년이다. 죄 짓는 것 같고 벌 받을 일인 건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에 최 사무국장은 아이를 키울 의지만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이틀 뒤 최 사무국장은 "아이 엄마가 육아 지원 방안을 전해 듣더니 직접 키우겠다며 아이를 돌려받았다"는 남학생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고운맘 카드, 여성가족부 산하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 대학 등록금 보조 등을 통해 아이 양육에 도움을 받을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마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 사무국장은 "이런 최소한의 설득 과정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불친절한 행정 때문에 오히려 베이비박스 이용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인 아이 엄마는 임신 중 미혼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다른 기관으로 책임을 돌리거나, '출산 후 이야기를 하자'는 식으로 대응해 양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 역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아이를 출산해 입양기관에 맡겼다가 2주 만에 되찾아온 미혼모다.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입양아가 15세가 될 때까지 매달 15만원씩 양육비를 지원받고, 의료보험 및 세금 혜택에다 지자체에서 주는 축하금도 받습니다. 미혼모들에게는 하나도 해당이 되지 않는 혜택입니다. 이는'아이를 입양을 보내라'는 말 아닐까요."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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