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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하는 치킨업계

입력
2014.04.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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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1일 이상한 통계를 하나 발표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탓에 닭고기 소비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먹는 닭(육계) 사육량은 오히려 1.8% 늘어난다는 통계였다. 반면 닭과 함께 AI 직격탄을 맞은 오리는 사육량이 39%나 줄었다.

업계에선 이런 이상 현상을 대형 닭고기 업체들의 과당 경쟁 탓으로 보고 있다. 하림 등 주요 업체들이 올해 잇따라 열리는 동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의 특수를 기대하고 경쟁적으로 육계 사육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종웅 대한양계협회 과장은 "업체마다 지난해부터 도계장을 증설했다"면서 "도계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농가에 사육을 위탁하는 육계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참치로 유명한 사조그룹까지 일본 원전사고 악재를 피해 닭고기 가공업을 강화하면서 경쟁은 더 심해졌다. 하림ㆍ사조 등 대기업들까지 가세해 치킨 시장을 놓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사활을 건 '치킨게임'(배짱 겨루기)을 하는 형국인 것이다. AI로 바닥을 쳤던 육계 가격이 정부가 공급 조절에 나선 뒤부터 서서히 회복 중인 것도 치킨게임을 가열시키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육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육계를 낳는 종계 수는 2012년 650만 마리에서 지난해 708만 마리로 급증한 상태. 이 과장은 "현재 산(生) 육계 가격은 1㎏당 2,100원인데 6월이면 최대 1,500원(-2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수 출발점이었던 동계 올림픽 때부터 AI가 발병하면서 올해 수급전망이 어그러졌다"며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닭 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치킨 값은 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정오 한국계육협회 부장은 "유통단계를 여러 번 거친 소매가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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