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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물 몸짓 뒤로… '흑백 편견'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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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물 몸짓 뒤로… '흑백 편견'이 울린다

입력
2014.04.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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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예 12년'으로 흑인 감독이 최초로 오스카상을 받았고, '그래비티'를 감독한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역시 같은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영화 속 인종 차별적 소재 또한 눈에 띄게 사라졌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도 인종 문제가 영화계의 사각지대에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어린아이들이 즐겨 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다.

아이들이 푹 빠져있는 말하는 동물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속에는 보이지 않는 인종적 편견들로 가득하다. 귀로 들리는 인종적 편견들이다. '애니메이션 성우'들을 통해 아이들은 읽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인종에 대한 특정 편견을 주입 받고 있다.

최근 북미에 개봉한 '리오2'가 그렇다. 이 이야기는 야생을 겪어 보지 못한 도시형 앵무새 '블루'가 아내 '쥬엘'의 설득에 못 이겨 자신들의 동족을 찾아 아마존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블루'와 '쥬엘'은 각각 제스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가 맡았다. 다양한 성우들이 함께 연기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문화다양성을 지향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을 잘 들여다보면 인종적 편견으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주연 캐릭터들은 모두 미국출신 백인들이 성우를 맡았다. 미네소타에서 자란 '블루'를 제스 아이젠버그가 맡은 경우는 그렇다 쳐도, 앤 해서웨이가 맡은 '쥬엘'의 경우에는 브라질에서 길러지고 자란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백인 배우가 이 역을 맡았다. 반대로 정글에 사는 조연 동물 들 중에는 어떤 백인 성우도 없다.

또 '리오2'에서의 정글 동물들의 서열도 문제다. 백인 성우가 맡은 캐릭터는 정글 피라미드에서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영국인은 바로 그 밑이다. 다른 인종들이 맡은 캐릭터들은 그들 보다 아래 계급에 위치하며 흑인이 맡은 캐릭터가 최하위다. 애니메이션이기에 피부색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가 가지는 억양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인종차별은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다. '아기 코끼리 덤보'의 게으르고 문맹인 까마귀와 짙은 피부색을 가진 노동자, '인어 공주'의 자메이카에서 온 개 세바스티안, '라이온 킹'의 하이에나, '피터팬'의 원주민들이 쓰는 외국 억양에 대한 묘사는 지나친 인종 편견의 사례들이다.

'슈렉'의 헛소리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당나귀는 흑인 배우 에디 머피가 맡았다. '마다가스카'에서 큰 엉덩이를 가진 우스꽝스러운 얼룩말과 하마도 각각 크리스 록과 제이다 핀캣 스미스와 같은 흑인 배우가 목소리를 맡았다.

오스카상을 탄 '해피 피트'에서도 거리에서 춤추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하류계급의 펭귄 역시 스페인 억양을 쓴다. 심지어 성우가 미국출신 백인 로빈 윌리엄스였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처럼 보인다. 디즈니의 '비행기(Plane pals)'란 영화에는 다양한 나라의 비행기들이 나온다. 감정적으로 억압된 영국 비행기, 유혹과 거짓말을 일삼는 인도 비행기, 분홍색의 얌전한 프랑스계 캐나다 여성 비행기, 그리고 여기서도 멕시코산 비행기는 퉁퉁하고 감상적이고, 로맨틱하며 레슬링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로 묘사된다.

영국의 찰스 다 코스타 박사는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캐릭터들이 다른 이들을 웃기게 하기 위해 평범함에서 동 떨어진 과장된 인물로 그려진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악행, 익살, 이국적이란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닌다고 지적한다.

코스타 박사는 이러한 이유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환경에서 찾는다. "영화 제작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대한 결정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인종의 재연에 있어서 상투적인 방식을 따르게 된다." 즉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도덕적 의무보다는 경제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흥행이 보장되는 인종 스테레오타입에 따라 캐릭터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가디언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쿼터제나 어떤 인종에 어떤 배우가 어떤 동물에 배정되어야 하는 지에 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대신 영화 제작자들이 적어도 그런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속 인종에 대한 편견은 자칫 보이지 않은 인종차별주의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킬 수 있다고 가디언은 경고했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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