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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주주의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

입력
2014.04.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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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주주의는 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언론은 정권과 결탁해 야권을 무력화하고 시민사회의 저항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왜곡 보도를 일삼았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 일간 '노바야 가제타'에 체첸 분쟁과 푸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온 여성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2006년 10월 자택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민주주의의 실패와 냉소, 무기력에 관한 보고'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폴릿콥스카야가 푸틴 재선의 발판이 됐던 2003년 12월 의회 선거부터 푸틴이 인권운동과 민주주의 세력을 무력화한 2005년 8월까지의 기록이다. 두브롭카 오페라 극장 인질극,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등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한 사건들을 꿰뚫으면서 러시아 민주주의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독재정권에 동조하는 국민 역시 공모자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그린다.

폴릿콥스카야는 "자신의 호주머리가 털리지 않는 이상 꿈쩍하지 않는 시민이 사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더 없이 비정상적인 정부 밑에서 살고 있다. 당국은 국민을 막다른 길로 내몰기를 즐긴다. 자립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자립하기를 원하는 그런 사람들까지도 예외는 없다.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그런 정부는 어떤 시민이 원하는 걸까."

하지만 희망도 없지 않다. 푸틴을 비판하는 언론인과 인권단체가 정권의 동조자로 돌아서는 상황에서도 저자처럼 러시아 사회의 민낯을 파헤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항시적인 전시 체제가 야기한 반인권적 병영 문화 속에서 자식을 지키려고 궐기한 '군인 어머니회'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올바른 정치적 목표와 신념, 방법을 가지지 못한 저항 운동은 무력하다"며 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 온 우리 사회에 익숙한 화두를 다시금 일깨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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