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집에서 방치된 채 수년간 살아온 4남매(한국일보 11일자 11면)가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 인천 계양구와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4남매 중 셋째(9·여)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아직까지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 딸(7)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찼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만성 변비가 있던 막내 딸은 평소 변비약을 복용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최근에는 약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막내 딸은 배에 가스가 차는 등 증세가 심해져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4남매가 살던 집의 위생상태는 알려진 것보다 더 열악했다. 계양구 서운동 4남매의 59.5㎡(18평) 집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1~2톤 트럭 4대 분량 이상의 쓰레기가 나왔다. 집 안 곳곳은 물론 밖으로 빼낸 소형 가전제품과 식기구, 액자 등에서 바퀴벌레와 벌레 배설물 등이 끊임없이 나왔다. 집 벽지 등은 낙서와 곰팡이 자국으로 빈틈이 없었고, 쓰레기가 치워졌지만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다.
집 청소 작업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은 "가전제품과 가구 중에 쓸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며 "오늘 소독작업을 하고 내일 도배 장판 싱크대 설치 작업을 마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간호조무사인 4남매의 어머니 A(39)씨는 둘째(13)와 셋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와 교회에서 학용품 지원, 청소 돕기 등을 제의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아버지 B(43)씨는 이날 아동보호기관을 찾아 "집이 너무 더러워 아내에게 치우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고 한번 업체를 불러 청소하려고 마음 먹었던 차에 이런 일이 생겼다.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B씨는 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는 아동학대 방지 서약서를 제출했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빠르면 주말쯤 집 환경 개선 상태를 확인한 뒤 인천시와 협의를 거쳐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려 보낼 지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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