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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탄압 굴하지 않고 세상에 흩어진 지식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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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탄압 굴하지 않고 세상에 흩어진 지식을 모으다

입력
2014.04.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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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프랑스의 드니 디드로(1713~1784)와 장 르 롱 달랑베르(1717~1783)가 펴낸 '백과사전'에 대해 "어떤 백과사전도 이처럼 굉장히 정치적으로 중요하거나 이 세기의 시민ㆍ문학 역사에서 몹시도 분명한 자리를 점하고 있는 건 없을 것"이라고 1911년 판본에 기록했다.

최근 국내 출간된 은 28권짜리 백과사전 가운데 5권(1755)에 담긴 '백과사전' 항목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된 책으로도 각주를 포함해 150쪽이 넘는데 기계적이고 중립적인 백과사전의 정의와 설명이었다면 이토록 길지 않았을 것이다. 5권에 담긴 다른 항목들의 인쇄가 이뤄진 뒤 마지막에 이 항목이 들어갔다는 건 디드로가 그만큼 백과사전에 대한 설명에 힘을 실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당시 예수회를 비롯한 종교계는 백과사전 집필자들의 반종교성을 물고 늘어지며 편찬 사업을 중단시키려 했다. 디드로는 이처럼 특정 개인이나 집단, 당파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관점으로부터 백과사전을 지켜내고자 했다. 이 항목에는 백과사전 네 권을 내고 위기에 몰린 디드로의 고집스런 입장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디드로는 백과사전의 목적이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지식의 일반 체계를 제시하고, 이를 우리 다음에 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7쪽)이라고 했다. 항목 앞 부분엔 언어의 중요성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는데, 지식이란 건 언어를 통해서만 모으고 제시하고 물려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디드로는 사전의 가능성과 목적, 각 항목의 배치와 문체, 참조기호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했다. 백과사전에 대해 이토록 집요한 철학을 보여준 이가 또 있을까 싶다. 25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사전의 한 항목에 불과한 글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서 나와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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