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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찾고… 방향 잃고… 뽕짝 멜로디의 두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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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찾고… 방향 잃고… 뽕짝 멜로디의 두 걸그룹

입력
2014.04.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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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크레용 팝의 '빠빠빠'를 들었을 때 곧장 오렌지 캬라멜을 떠올릴 만큼 둘은 유사한 인상을 줬다. 그래서인지 최근 크레용팝의 '어이'와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는 비교할 지점이 많아 보인다. 둘 모두 메인 스트림 팝과 다른 질감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특징을 서로 다르게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두 곡 모두 '뽕짝'의 연장에 있는 멜로디와 (일렉트로니카보다는) 나이트클럽 댄스 음악에 가까운 효과음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가 더 성공적이다. 좋게 들릴 뿐 아니라 '마법소녀', '아잉♡', '방콕시티', '샹하이 로맨스'와 '립스틱'으로 각인시킨 오렌지 캬라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밀어붙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크레용 팝은 '빠빠빠'의 성공 이후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오렌지 캬라멜의 특징은 멜로디보다 노랫말에 있다. '마법소녀'와 '아잉♡'은 휘성, '방콕시티'는 원태연, '샹하이 로맨스'는 희철(슈퍼주니어), '립스틱'과 '까탈레나'는 이기와 서용배가 작사했는데 이 노래들은 모두 한 사람이 작사한 것처럼 '힐끔 힐끔', '부끄 부끄', '간질 간질', '아잉 아잉', '꺼이 꺼이', '찌릿 찌릿', '몰라 몰라', '울먹 울먹' 같은 부사나 감탄사가 반복되며 귀엽고 앙증맞은 인상을 준다. 이들 표현이 단순 추임새가 아니라 훅(hook)으로 기능하면서 오렌지 캬라멜의 특정한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표현들이 작사가의 다른 곡들에서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요컨대 오렌지 캬라멜의 노랫말은 누가 작사를 해도 일관된 표현과 어법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본 포맷이 설계돼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우연에 의한 결과라 해도(첫 번째, 두 번째 히트곡을 작사한 휘성의 어법이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에는 '규격'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그 룰은 오렌지 캬라멜의 정체성과 콘셉트, 기획에 의해 정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이들을 '성공적인 유닛'이라 할 수 있는 근거는 단지 우연한 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음원 판매와 끊임없는 행사로 수익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물적 자원이 오렌지 캬라멜이라는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념하기 때문이다.

반면 크레용 팝은 '빠빠빠' 이후 갑작스레 국제적인 산업 규모에 진입하면서 그 속도감에 휘둘려서인지 후속곡 '어이'가 전략의 실패라고 할 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일단 '뽕짝'을 아무 고민 없이 그대로 재현하는 안일함부터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차라리 '빠빠빠' 히트를 계기로 사람들이 크레용 팝의 이전 곡인 '새터데이 나잇'이나 '댄싱 퀸', '빙빙' 등을 재발견한 점에 주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뽕짝의 반복되는 두 박자를 중요 요소로 삼아 디스코나 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방식을 왜 포기했는지 알 수 없는데, 한편으론 '어이'의 노랫말이 이전 노랫말처럼 '다 같이 놀자'가 아닌 '국민적인 희망'을 노린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과도한 책임감을 부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형태의 노래든 무게중심은 개그나 이미지 같은 부산물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 있어야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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