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다. 서로 마주칠 때마다 귀를 막고 소리치기일쑤다. 남부러워 할 재력을 지녔으나 집안은 살얼음판이다. 여섯 살 메이지는 부모의 불화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리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결국 부모는 갈라서고 메이지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난 1일부터 주문형비디오(VOD)로 안방에서 만날 수 있는 미국 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은 이혼 가정에서 자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다. 메이지의 부모는 상대방 성격을 탓하며 이혼을 결행하는데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핏줄에 대한 잔인한 소유욕은 버리지 않는다. 서로 키우겠다고 나서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 메이지를 데리고 있을 땐 일을 핑계로 각자의 새로운 젊은 배우자에게 메이지를 떠맡긴다. 메이지는 알고 있다. 누가 진정한 부모인지를.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은 아이의 눈을 렌즈로 기성세대의 이기적인 행태를 지켜본다. 유명한 록 가수와 미술거래인으로 사회적 평판을 다진 친부모와 달리 메이지를 사랑으로 대하는 이들은 젊고 무능력한 양부모다. 이들은 사회적인 패자에 불과하고 그들의 나이든 배우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만 마음은 연민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들에게 메이지는 진정한 부모의 원형을 발견한다. 잔잔한 배경 음악처럼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여는 화법이 인상적인 영화다. 스코트 맥게히, 데이비드 시겔 공동 감독. 15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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