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이 4조3,5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2단계 매물인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금융 합병이 사실상 마무리 된 것이다. 사명은 ‘우리투자증권’명칭을 1년간 사용한 후 ‘NH우투증권’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투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 매각을 승인했다. 패키지 인수가격은 당초보다 10% 줄어든 1조500억원 정도로 결정됐다. 농협금융이 최근 제시한 우투증권의 프랑스 소송 건에 대한 절충안도 받아들였다. 절충안은 우투증권이 프랑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투자 관련 소송에서 패할 경우 우리금융이 인수대금에서 손실금액(500억원)을 사후 공제키로 한 것. 농협금융은 ‘인수 이후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날 매각을 승인함에 따라 농협금융도 이사회를 열고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선언했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5월말 또는 6월초 편입이 완료될 것이며 조만간 우투증권 운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우투증권 보통주 37.9%를 인수한 후 NH농협증권(76.1%)과 합병해 약 4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 계열사인 NH농협증권은 독보적인 업계1위 증권사로 도약하게 됐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대우증권(3조9,063억원)에 이은 두번째인 3조4,670억원으로, 투자은행(IB) 자기자본 기준(3조원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농협증권의 8,822억원과 합치면 자기자본이 4조3,492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업계 1위 증권사가 된다. 임직원 수도 우투증권(2,998명)과 단순 통합하면 3,929명으로 1위로 도약하게 되고, 국내 지점수도 133곳으로 가장 폭넓은 영업망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인력과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내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우투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우투증권 노조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1,000여명이 정리될 위기에 놓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진 노조위원장은 “농협금융 조직통합 추진단에서 구조조정안을 내려 보내며,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들어갔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우투증권 인수 외에도 증권업계에선 다양한 인수ㆍ합병(M&A)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동양증권이 대만 위안다(元大)증권에 넘어간 데 이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폐업하는 증권사까지 속출하고 있어 증권업계 구도는 앞으로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10개 가량 증권사가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에서도 한계에 달하는 증권사에 대해 자진 해산을 통한 퇴출을 요구하고 있어 중소 증권사 퇴출이 잇따를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대형사들은 투자은행(IB)으로 키우고 소형사는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살길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재편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