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산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 4월 국회 통과를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대통령 공약으로 여당 의원이 낸 법안이 여야가 합의했는데도 여당 의원에 가로막혀 통과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지금도 6개 특수고용직종은 산재가입이 가능하지만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어 가입률이 10%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적용제외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1일 국회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끝까지 반대해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2월 27일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반대해 통과가 보류됐다.
두 의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42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에게 산재 가입을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민간보험에 들어주고 있어 불필요하다"며 "민간보험과 산재보험 중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통과를 보류시켰다. 법사위의 반대로 4월 국회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실제로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는 보험설계사는 전체의 40%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가입을 원하는 노동자들과는 달리 보험사들은 산재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민영산재보험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환노위는 22일 법사위 법안심사를 앞두고 법사위의 월권 행사를 제한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할 예정이다.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의 자구(字句)심사만 하도록 돼 있는 권한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가 다른 상임위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박종길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민간보험과 산재보험 중 선택권을 줄 경우 사회보험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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