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립 무원의 상황 타개를 위해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한국이 한반도 상황관리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미일 6자회담 수석 대표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데 이어, 11일에는 황 본부장이 중국을 찾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상상 못할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비외교적인 수사로 핵실험을 위협하는 북한에 강한 경고메시지를 던지는 강온 양면전략으로 주변국에 앞서 상황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이는 북한이 위협수준을 높일 때마다 미ㆍ중이 앞장서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전개다.
실제로 올해 3월 이후 6자회담 논의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는 중국이 '조속한 재개'를 주문해도 미국과 일본은 요지부동인 상황이었다. 물꼬를 튼 건 박근혜 대통령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3월23일)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핵 고도화 차단의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 문턱을 낮출 의사를 드러냈다. 최근 한미일 3국 수석대표들이 '비핵화 사전조치의 유연성'에 공감을 이룬 것도 사실상 한국이 이끈 정황인 셈이다. 황 본부장의 중국행도 사전조치 유연성 협의 차원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를 비판하면서도 대북 비난을 자제하면서 드레스덴 대북 제안을 언급한 것도 대북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북한에 사전조치 실행을 대화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 외교 당국이 희망하는 6자회담 구도는 이렇다. 우리 설득에 따라 미국이 진전된 입장으로 전환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는 동시에 이를 깰 경우 압박 수단 및 보장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6자회담이 실제로 이런 구도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한반도 정세 논의에서 주도적 중재자로 부상하게 된다.
물론 북한의 반응이 문제다. 북측이 계속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내세워 협박하는 게 미국에 대화의 신호를 던지는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중국에 비핵화 약속을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에서 6자 회담에 나설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강력한 제재 신호를 보낼 경우 북한도 마지못해 일정한 약속을 하고 6자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이지용 교수는 "모종의 정보를 입수했는지, 중국이 최근 4차 북핵 실험의 강력 저지에 나선 것은 맞다"면서도 "과연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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