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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4월 11일] 문제는 사람이다

입력
2014.04.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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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정찰기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당연한 파장이다. 청와대 상공까지 가볍게 뚫렸으니 안보 허점이 어느 때보다 확연해졌다. 그나마 정찰용이기에 망정이지 고성능 폭약이나 화학무기를 탑재한 타격용 무인기였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를 신호로 전군에 수색령이 떨어지는 등 '무인기 비상'이 걸렸고,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 주장에 힘이 붙었다.

무인기의 위협은 최근 세 대의 무인기가 추락할 때까지, 아니 심지어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된 뒤로도 한동안 군 당국이 그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전혀 포착되지 않은 채 유유히 남쪽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하늘색으로 기체를 위장한 데다 워낙 소형이어서 어지간해서는 육안으로 알아채기 힘들다. 기체 대부분을 강화플라스틱(FRP)이나 폴리카보네이트 등 합성수지로 만들어 초보적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1~2㎞ 상공을 나는 소형 비행체를 파악할 탐지장비도 없었다. 이런 상태라면 항속거리를 늘리고 운반ㆍ타격 능력을 끌어올려도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 십상이다. 전국의 주요 군 시설, 특히 주요 통신 거점과 레이더ㆍ미사일ㆍ항공 기지 등이 기습 타격의 대상이 된다면 대응태세의 혼란은 불을 보는 듯하다.

물론 인터넷이나 SNS에는 전혀 다른 시각도 떠돈다.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무엇이냐, 구글이 공개한 위성사진이나 다른 첩보위성 사진을 두고 굳이 무인정찰기를 띄울 이유가 없지 않느냐, 미사일도 많은데 무인기로 소규모 타격을 노릴까 등의 의문이다. 언뜻 상식에 들어맞는 의문처럼 보이지만 짧은 군 복무 경험만 있다면, 비전문가라도 능히 반박할 수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사진은 해상도는 쓸 만하더라도 실시간 바뀌는 사진이 아니어서 현재성이 떨어진다. 또 미국과 일본, 한국의 위성까지 북한 땅을 수시로 찍고 있지만 그렇다고 고성능 정찰기의 운용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성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교차 확인을 통해 정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무인기를 활용한 타격은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을 동원한 기습공격에 비해 화력은 약하더라도 타격 주체를 가린 채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사일이나 방사포는 일단 발사되는 순간 북한의 소행이 분명해 즉각적 반격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북한이 압도적 기습 전력을 갖고도 함부로 불장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장기 전력의 기초인 경제력과 함께 한미연합사 전력의 반격 능력이 두려워서다. 그런데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와 지휘통신 체계, 반격 체계를 동시에 정밀 타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초기의 혼란과 지휘통신 체계의 마비로 반격 체계 가동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선제공격의 효과는 그만큼 커진다. 그리고 그 상대적 효과가 뒤늦은 반격으로 겪게 될 위험부담과 거의 대등하게 평가될 때 비로소 북이 본격적 무력도발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무인기 사태는 결코 가벼이 여길 게 아니다. 안보태세의 전면적 점검과 손질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몇 년 전부터 무인기에 흥미를 느껴 전술적 활용 가치를 높여온 북의 계산을 어긋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군 당국의 자세가 그리 미덥지 않다. 모든 것을 장비 탓으로 돌려 탐지장비가 배치될 때까지의 허점을 스스로 자랑했다. 대북 안보는 기습과 반격 능력이 결정적 변수여서, 고성능 장비 못지않게 운용 병력의 숙련도와 경계태세 등 인적 전력이 중요하다. 무인기 위협을 실감한 것도 실은 인적 전력의 약화에 대한 개인적 우려가 오랜 때문이다. 장비 현대화와 군 민주화로도 다 가릴 수 없는, 안보체계의 최대 허점이다. 나는 새도 허투루 보지 않는 고도의 경계태세와 살을 주고 뼈를 벤다는 독한 반격태세는 결국 사람에 달린 일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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